▲ 김주남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롯데면세점 대표)가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검토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김주남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롯데면세점 대표)가 비상경영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면세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최근 10년 동안 비상경영만 수차례 반복한다는 것은 그만큼 면세업계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 대표는 비용 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조치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점점에서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2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영업활동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 변화 탓에 좀처럼 비상경영체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6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남 대표는 이미 여러 차례 비상경영체제와 관련한 운을 띄웠다. 4월 제주점에서 연 간담회에에서 최근에도 서울 월드타워점에서 간담회를 열고 “어려움을 버티는 기간 사업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롯데면세점의 비상경영체제와 관련한 밑그림은 부진 사업장 축소 등을 포함한 조직 개편, 희망퇴직을 통한 감원 등이다.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는 것은 최근 10년 사이 3번에 달한다.
롯데면세점은 2017년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이 한국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함에 따라 중국 정부의 주된 표적이 된 탓에 면세점과 호텔, 중국 롯데마트 등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당시 팀장급 간부사원과 임원 40여 명의 연봉 10%를 자진 반납 받는 방식으로 매출 타격에 대응했다.
2020년에도 사실상의 비상경영체제를 실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탓에 하늘길이 막히면서 영업활동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당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주4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후 2~3년을 지나면서 롯데면세점이 기지개를 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해외 여행이 재개되니 자연스럽게 면세업계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돌았다.
하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김주남 대표가 코로나19 이후 약 4년 만에 롯데면세점의 비상경영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면세업계 관계자 얘기들을 들어보면 면세기업의 상황은 역대 최악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시기보다도 버티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롯데면세점뿐 아니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국내 대기업 계열 면세사업자 4곳 가운데 어느 한 곳이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는 목소리가 들릴 정도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는 탓에 내국인들이 면세업계에서 상품을 구입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면세업계 부진의 이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과거만큼 면세상품을 찾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면세업계가 부진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롯데면세점뿐 아니라 국내 여러 면세점들이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사진은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 <롯데면세점> |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국내 관광지를 보면 외국인들이 올리브영이나 편의점 등과 같은 소위 ‘로컬숍’에서 기념품을 구매하는 빈도가 훨씬 잦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에는 길거리에서 관광만 한 뒤 면세점에서 기념품을 샀다면 이제는 실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면세점을 찾기보다는 편의점과 마트, 헬스앤뷰티숍 등을 방문한다는 얘기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부진의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관광객을 모셔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쇼핑의 트렌드가 바뀐 상황에서 소비자를 다시 부르는 데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소비 트렌드가 180도 바뀐 이상 면세업계가 과거의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김주남 대표는 우선 롯데면세점의 실적 정상화를 위해 버티기 전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희망퇴직과 부진한 영업점의 축소, 조직 재편 등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비상경영체제의 구체적 실행 방안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 전략의 재편일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면세업황의 회복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롯데면세점만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허리띠 졸라매기의 효과만으로 불황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비상경영체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공유할 만한 사안은 없다”며 “실적 회복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