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대응해 주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요구한 인적분할과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받아들이는 ‘강수’를 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삼성그룹이 멀지 않은 시점에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에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며 “갤럭시노트7 사태로 공격적 의사결정이 필요해진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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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가 인적분할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고 30조 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실시하며 기업가치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투자회사를 삼성물산에 합병하는 지주사체제 전환을 이뤄내야 경영권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지주사체제 전환을 추진해온 만큼 명분을 확보하게 됐지만 대규모 배당에 부담을 안아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라는 최대 위기를 겪으며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사태로 향후 실적과 주가에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지를 얻기 위한 확실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전자 주주들은 이번 사태에 확실한 해결방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며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계속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리더십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에 주주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며 삼성전자의 선택이 중요해졌다고 파악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엘리엇매니지먼트 측에 공식 지지의사를 밝히는 등 점차 무게가 기울고 있다”며 “삼성그룹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30조 원의 특별배당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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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
여소야대 국회에서 지주사체제 전환을 어렵게 하는 법안들이 계속 나오는 만큼 삼성전자는 늦어도 내년까지 지주사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중이 50%를 넘는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를 설득하지 못하면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충분한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제안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의 이익보호를 위해 방어적으로만 나선다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어려울 것”이라고 파악했다.
윤 연구원은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에 충분히 공정한 제안을 내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제안을 검토하고 주주와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