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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사회

끝 모를 의정갈등에 국민보건 수렁으로, 계속된 단기해법에 비판 커져

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 2024-05-09 14: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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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의정갈등에 국민보건 수렁으로, 계속된 단기해법에 비판 커져
▲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정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내원객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으나 의정(醫政)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의료 공백에 대응해 외국 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 허용을 포함해 단기적 해법을 잇달아 내놓자 국민 보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커진다.

9일 정치권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외국 의료면허 소지자에게 국내 의료 행위를 허용할 방침을 세운 것을 놓고 국민의 의료질 저하를 포함해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정부가 오는 20일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한 것을 놓고 페이스북에 “전세기는 어디에다가 두고 후진국 의사 수입해 오나요?”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전날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현재처럼 ‘심각' 단계에 올랐을 경우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임 회장이 ‘전세기’를 인용한 것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 3월 “집단행동으로 현장에 의사가 한 명도 남지 않으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외국으로) 실어 날라서 치료하겠다”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여한솔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역시 페이스북에 “어떤 외국 의사들이 자국 의사들을 겁박하고 범죄자 취급하는 나라에 들어와서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하려고 하겠나"라며 “기껏 온다고 하면 국내총생산(GDP) 형편없는 나라에서 올려고 할텐데, 그런 나라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으러 올 우리나라 국민이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의료계의 비판은 한국 의료 공백에 임시로 전공의 역할을 하기 위해 한국 병원에 취직할 의사들은 대개 우리나라보다 후진적인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 올 가능성이 높아 의료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 이번 정부의 조치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 우수한 수련 기회를 위해 한국 병원의 문을 두드리거나 외국대학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한 교포 혹은 유학생들이 한국 의사면허 취득을 위한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외국인 의료면허 소지자는 교육 또는 기술 협력에 따른 교환 교수의 업무, 교육연구사업을 위한 업무, 국제 의료봉사단의 의료봉사 업무를 수행할 때만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현행법상 외국에서 의료 면허를 가진 이가 한국에서 의료 행위를 하려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가의 지정 의대를 졸업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의사 면허 예비 시험과 국가고시를 차례로 치러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상황에서는 학교·국가 등에 제한 없이 외국 의사 면허만 소지하고 있으면 한국에 들어와 ‘일정 기간’ 동안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임시방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현재 전공의 파업 뒤 환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병원의 외래진료와 수술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수출 일정이 밀리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술·진료 등 일정이 크게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지방 대학병원의 경영적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부산대학교병원은 전공의가 사직을 개시한 2월20일부터 4월18일까지 누적 손실액이 250억 원으로 집계됐고 제주대 병원은 하루에 1억 원이 넘는 손실를 보고 있다. 

지방 대학병원의 누적손실이 커지게 되면 폐업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이는 곧 의료시스템 자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상황까지 오게 되면 국민의 생명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사태까지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30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연 긴급 심포지엄의 패널 토의에서 "조금 있으면 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에 부닥칠 텐데,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부터 이르면 올여름 혹은 가을에 도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안 의원은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인) '빅5'까지 그런 영향이 올 거고, 이 경우 우리나라가 그동안 만들어온 의료 시스템이 송두리째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끝 모를 의정갈등에 국민보건 수렁으로, 계속된 단기해법에 비판 커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방침을 내세운 뒤 의협의 거센 반발에 한 발 물러서 대학 자체별로 정원을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그러나 의협은 ‘백지화’ 뒤 재협상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덮친데 겹친 격으로 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 정책 결정의 근거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지만 정부에서는 복지부와 교육부가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원이 의사 단체의 의대 증원 정책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백지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의협 역시 의대정원 확대 자체에 대한 공감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필수 전 의협 회장은 지난해 10월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방향성에 대해 인정하고 공감하고 있다”며 “의료 현안협의체에서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발표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 뒤 윤석열 대통령은 강대강 전략으로 의대 정원 2천 명 방침을 밀어붙였고 ‘강경파’로 평가되는 신임 의협 회장은 전임 회장과 다르게 오히려 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파업 초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협에서 반대하던 진료보조(PA)간호사 제도화를 사회적 논의 없이 추진했고 이는 다시 의협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의협 내에서도 PA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아니라는 의견이 나뉘지만 PA간호사가 결국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는 일시적 방편일뿐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의대 증원 기조를 유지할 뜻을 보여 의정갈등의 해결 실마리가 풀릴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의대 정원 확대을 비롯한 의료 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을 절충할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현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올해는 정원 규모를 현행대로 선발하고, 내년부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의대 증원 규모와 시기를 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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