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이 상장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 공모가와 공모물량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하반기 대형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어 두산밥캣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수요예측을 할 때 공모물량이 과도했다고 판단해 공모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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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두산밥캣은 기업공개 물량을 기존 계획보다 40% 줄인 채 상장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밥캣은 애초 희망공모가를 4만1천~5만 원으로 잡고 모두 4898만1125주를 시장에 공개하려고 했다. 계획대로 상장이 성공했다면 두산밥캣은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2조45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희망공모가를 밑도는 3만 원대에 몰리자 두산밥캣은 상장일정을 부득이하게 연기했다.
두산밥캣은 시장에 한꺼번에 많은 공모물량이 쏟아진 점이 공모가를 낮춘 주요한 요인으로 보고 기존 계획의 60%만 공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두산밥캣은 애초 계획보다 최대 1조 원이 적은 1조5천억 원 규모를 조달하게 된다.
두산밥캣은 일각에서 공모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공모가를 조정하기보다 공모물량을 조정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이 전략을 수정해 상장을 재추진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두산밥캣은 하반기 기업공개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넷마블게임즈 등과 상장시기가 겹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형건설장비 등을 제조·판매하는 두산밥캣의 경우 건설경기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상장이 비슷한 시기에 겹칠 경우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쏠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공모주에 대한 열풍이 사그라들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6월부터 최근까지 수요예측 부진 등의 이유로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두산밥캣을 비롯해 모두 4곳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까사미아와 서플러스글로벌 등은 수요예측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했다.
최근 상장에 성공한 LS전선아시아의 경우 수요예측이 부진해 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에 코스피에 상장했다.
오승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6실장은 “향후 두산밥캣의 기업공개가 재추진되더라도 자금유입 규모는 그룹이 계획했던 수준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