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주요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시장기대치를 웃도는 좋은 실적을 냈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0조7960억 원, 영업이익 712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물산 전체 실적 가운데 건설부문의 실적은 매출 5조5840억 원, 영업이익 3370억 원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1.4%, 영업이익은 15.4%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상사, 패션 등 다른 사업 부문이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건설 부문의 실적 성장에 힘입어 전체 영업이익이 11.1% 늘었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5453억 원, 영업이익 2509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1.7%, 영업이익은 44.6% 증가해 시장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연임에 성공해 올해도 계속 회사를 이끌고 있는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과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재신임받은 이유를 실적으로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사장은 지난해 건설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사 유일 영업이익 1조 돌파라는 성과를 내며 삼성그룹의 ‘60세 퇴진룰’을 극복해 연임에 성공했다.
건설사들은 올해 대체로 경기 불황에 대응해 ‘내실 다지기’를 주요 사업 방향으로 잡고 있다. 삼성물산이 1분기에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점은 더욱 의미가 커 보인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실적을 놓고 “직전 분기에 일회성 비용 반영이 해소된 데다 국내외 프로젝트 수행의 안정성 유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윤 사장 역시 지난해 현대건설의 사상 최대 매출을 이끌며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윤 사장은 국내 건설업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미국, 폴란드 등 해외에서 직접 발품을 팔며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활로를 찾았다. 이러한 성과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1분기 실적을 놓고 “주택 부문의 견조한 실적과 더불어 샤힌 프로젝트 등 국내 사업이 본격화되고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등 해외 대형현장의 공정이 가속화됨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과 달리 1분기 아쉬운 실적을 거둔 건설사들도 많다. 포스코이앤씨와 DL이앤씨가 대표적이다. 각각 한성희 전 사장과 마창민 전 사장이 3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곳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4530억 원, 영업이익 340억 원을 냈다. 매출은 3.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8.3% 감소했다.
DL이앤씨 역시 포스코이앤씨와 비슷한 실적 흐름을 보였다.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8905억 원, 영업이익 609억 원을 거둬 매출 2.2%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32.5% 줄었다.
전 사장은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앞세워 4월에는 공사비 규모가 1조1천억 원에 이르는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는 등 실적 반등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수준한 도시정비 규모가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3조4천억 원에 이른다. 2위인 현대건설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DL이앤씨는 서영재 대표이사 내정자가 10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취임을 앞두고 있다.
서 내정자는 올해 DL이앤씨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인 주택 부문의 수익성 하락을 해결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마주한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 실적을 놓고 “200억 원 규모의 주택사업 도급증액이 지연되면서 당초 시장에서 기대한 주택 원가율 개선이 발현되지 못했다”며 “다른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90% 초반대의 주택 원가율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개선 기대감은 하반기로 후퇴한 모습”이라고 바라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