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유통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올해 1분기 실적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7287억 원, 영업이익 1510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 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LG생활건강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HOLD)에서 매수(BUY)로 올린 곳도 있다.
그동안 LG생활건강 실적이 악화됐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중국사업 부진이 꼽힌다.
실제 LG생활건강이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2021년 170만 원에 이르던 주가가 최근 3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중국 매출이 9.9% 성장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원인이 해결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 매출은 2022년보다 19.6% 감소했다.
온라인 매출 확대와 프리미엄 브랜드 ‘더후’ 리브랜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뷰티 대표 브랜드 더후의 리뉴얼 제품 판매 호조로 면세 채널과 중국 법인 매출 회복이 이뤄졌다”며 “더후의 중국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화장품 소매판매 회복과 소셜미디어 플랫폼 도우인, 온라인 쇼핑몰 티몰 등 이커머스 매출 반등으로 중국 시장 성장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 반등은 이 사장에게도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2022년 11월 LG그룹 첫 여성 임원으로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취임했다.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지난해 성과는 부진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8048억 원, 영업이익 4870억 원을 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31.5% 줄었다.
▲ LG생활건강은 올해 더후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리뉴얼된 LG생활건강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더후 제품. < LG생활건강 >
실적부진과 맞물려 이 사장은 지난해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최근 10년 동안 LG생활건강 대표이사에게 상여가 지급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뼈아픈 부분이다.
지난해에는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한 업황 악화와 1년차 최고경영자(CEO)라는 점 등을 생각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취임 2년차를 맞은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기인 것이다.
이 사장은 중국 사업 반등이라는 성적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중국사업이 반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리뉴얼을 마친 ‘더후 천기단’ 라인의 매출 회복으로 중국시장 성장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올해 중국과 면세 매출은 2021년과 비교해 5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브랜드 경쟁력의 완전한 회복 및 리브랜딩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바라봤다.
이 사장이 3월 열린 제2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적극적 해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LG생활건강은 럭셔리 브랜드 더후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더후 제품을 리뉴얼하며 중국 마케팅 활동을 늘리고 있다. 리뉴얼 제품인 ‘더후 비첩 자생 에센스 4.0’, ‘천기단’ 등은 좋은 흐름을 보였다. 더후는 중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올해도 중국시장에서는 더후를 중심으로 완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면서 3대 브랜드인 숨, 오휘, 더후 가운데 더후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G생활건강이 화장품 사업 부문에서 중국 외 지역으로 해외시장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색조 브랜드 ‘힌스’의 모회사인 비바웨이브를 인수했다. 올해도 VDL, 글린트, 프레시안 등 다양한 색조 브랜드를 중심으로 일본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파악됐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이커머스 채널 행사를 시작하며 일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며 “이제 조금씩 유통채널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으로 한 가지 주력 제품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제품을 선보이며 점차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에서는 아마존과 월마트, 세포라 등에 입점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에서는 온라인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판매 채널 확대에 나선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올해 해외사업을 확대해 현지 사업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더후를 중심으로 리브랜딩과 연구개발 투자를 계속해 중국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