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HD현대건설기계가 올해 경영실적 목표치를 달성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24년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9791억 원, 영업이익 536억 원, 순이익 458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3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33.0%, 순이익은 34.1% 감소한 수치다.
다만 고금리에 따른 판매 대기에 재고조정이 이어지는 글로벌 건설기계시장 업황 둔화를 반영해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는 충족했다. 증권업계는 1분기 HD현대건설기계가 매출 9660억 원, 영업이익 520억 원, 순이익 350억 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업황 둔화를 고려하더라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자박람회(CES) 참가비용과 소송비용, 판매촉진비 등 일회성 비용 117억 원가량이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기대치에 부합한 것이다.
매출 측면에서 보면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건설기계시장 역성장보다 낮은 매출 감소폭을 기록했고 인도와 브라질 등 일부 신흥시장에서는 오히려 매출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재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HD현대건설기계는 선진시장에서 부진했지만 중대형 라인과 휠로더를 통해 시장 수요를 상회하는 성적을 내놨다”며 “신흥지역은 인도와 남미, 중동, 한국시장의 매출이 성장했지만 오세아니아와 러시아 수요 감소가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HD현대건설기계의 매출을 보면 전년과 비교해 북미 2321억 원, 유럽 1049억 원으로 각각 8%, 4% 줄었다. 반면 인도에서는 1454억 원, 브라질 462억 원을 거둬 각각 17%, 23% 늘었다.
러시아에서는 경제제재와 달러강세에 따라 직수출 매출이 전년보다 14% 감소한 3076억 원을 거뒀다. 중국 매출은 545억 원으로 전년보다 1% 줄었다.
건설기계 업황 둔화는 적어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최 사장은 실적 목표 달성 부담을 내려놓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동헌 신한투자연구원은 “2분기부터 북미 판매가 일부 회복되고 하반기부터 딜러들의 재고확충과 신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올해 목표치 달성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매출 4조120억 원, 영업이익 2638억 원을 목표로 정했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4.8%, 영업이익은 2.6%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 글로벌 건설기계시장이 역성장할 것이란 예측에도 불구하고 경영목표를 높여 잡은 것이다.
최 사장은 건설기계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주력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시장이 반등할 때 이익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북미 메가 딜러를 추가로 육성해 북미를 포함한 선진지역 매출 비중을 올해 4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의 선진시장 매출비중은 2022년 31%에서 2023년 38%로 증가했다.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 상반기 멕시코, 칠레에 지사도 설립하기로 했다. 또한 어태치먼트(부품) 사업을 확대해 신규 매출을 창출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 3월 아프리카 수단에서 굴착기 60대를 수주해 내전 이후 발빠르게 현지시장에 다시 진입하기도 했다.
최 사장은 잠재적 수요가 기대되는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사업을 위한 물밑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6일 드리트로 모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충북 음성에 위치한 글로벌교육센터에서 전후 복구에 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2025년에 맞춰 생산능력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울산캠퍼스 선진화 구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비 2141억 원을 들여 출하장 부지를 평탄화하고 생산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 최철곤 HD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앞쪽 왼쪽 2번째)와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앞쪽 왼쪽 3번째)가 지난 16일 HD현대건설기계 충북 음성 글로벌교육센터에서 전후 복구에 관한 협력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HD현대건설기계 >
2023년 시작된 이 작업은 2025년 6월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현재 9600대 규모의 생산능력이 1만5400대까지 늘어난다.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건설기계 판매량은 51만7천 대 수준으로 지난 3년 감소 추세에 마침표를 찍은 뒤 2025년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 71만7천 대, 2022년 63만9천 대, 2023년 55만1천 대 판매량을 보였다. 2025년에는 52만9천 대, 2026년 59만5천 대로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HD현대인프라코어와 2025년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건설장비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도 노린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시너지 활용을 위해 2025년 하반기 통합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공동구매를 통해 원가율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 사장이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약속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도 실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23년 430억 원 규모의 주주가치제고 정책을 발표했다. 303억 원의 자사주 매입 소각과 127억 원의 현금배당이다.
올해는 2022년 산업차량 부문 양수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85만 주(4.3%)도 함께 4월에 전량 소각한다.
신규 자사주 매입의 소각은 8~9월로 예정됐다. 2024년에는 현금배당 감소를 고려해 순이익의 40%를 주주환원하겠다고 안내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24~2026년 사업연도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정책으로 별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 뒤 소각을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시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점유율을 높이고 대형 장비 판매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하반기 선진시장 수요 회복이 기대되고 인도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신흥시장의 견조한 성장세도 전망되는 만큼 경영목표 달성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