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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정치권 합의 난망, 9년 전 공무원연금 개혁 성공 비결은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4-04-24 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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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정치권 합의 난망, 9년 전 공무원연금 개혁 성공 비결은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23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공론화 결과, 연금개혁에 대한 연금행동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야 간극이 깊어 국민연금 개혁이 언제쯤 이뤄질지 기약이 없는 가운데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공무원 연금 개혁에 성공한 사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 주목을 받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금개혁을 21대 국회 안에 마무리 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연금 개혁은 윤석열 정부 핵심과제인 만큼 21대 국회가 책임지고 매듭지을 수 있도록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라며 “연금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며 17년 만의 개혁을 위한 국민 노력을 다시 수포로 돌려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만큼 한 달가량 남은 21대 국회에서 처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당장 연금특위 여야 간사들부터 공론화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서로 극과 극의 의견을 내놨다.

여당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연금은 일정 부분 소득재분배 기능도 있지만, 주로 본인의 기여에 따라 보험료(수령액)가 결정되는 보험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망각한다면 청년과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지만 양잿물을 많이 마시면 죽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후 불안 해소를 위해 소득 보장이 우선이라는 국민의 뜻을 확인했다”라며 “민주당은 국민 공론화위원회 결과를 존중하며 21대 국회 안으로 최대한 입법 성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또한 노후 소득 보장론(56.0%)이 재정안정론(42.6%)보다 더 높게 나온 시민대표단의 최종 설문조사 결과를 강조하며 신속한 연금법 개정안 발의를 주문했다.

참여연대와 양대 노총 등 30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23일 야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대표단은 노인과 청년의 미래를 위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강화'를 선택했다”며 “이제는 국회의 시간으로 시민들의 부름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여야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공무원연금 개혁 사례를 반추하는 목소리가 떠오른다. 대한민국에서 공적연금 관련 개혁에 성공한 가장 최근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은 ‘대한민국 최초의 노사 합의, 여야 합의 연금 개혁’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가 당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타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국민연금과 형평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고 2016년부터 적자가 2조 원대로 안정돼 한동안 재정안정성도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재정 안정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2021년부터 공무원 퇴직자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지출이 커져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는 다시 6조 원까지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또한 이번 국민연금 개혁과 마찬가지로 이해관계자 반발, 야당의 반대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합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연금 개혁은 오래 끈다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2014년 2월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넣은 순간부터 2015년 5월 여야 합의에 성공하기까지 약 1년4개월 정도가 소모됐다. 2022년 7월 21대 국회에서 연금특위를 설치하고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개혁 성과를 내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오히려 짧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주된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정부와 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개혁 방안을 먼저 마련하고 단호하게 이를 추진했다는 점이 꼽힌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 유지를 위해 국고에서 보조하는 금액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연금 개혁 정치권 합의 난망, 9년 전 공무원연금 개혁 성공 비결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2월25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2월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에서 직접 공무원연금 문제를 언급하며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단 뜻을 밝혔다.

대통령 담화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공무원연금 재정 안정화 및 합리적 제도개선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또한 논의를 심화하기 위한 공무원연금 제도 개선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여당도 공무원연금 제도 개선 논의에 참여했다. 여러 번의 당정 협의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결정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자,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는 한국연금학회에 정책 대안을 요구했다.

여당은 2014년 10월28일 한국연금학회에서 마련한 ‘연금학회안’과 KDI 용역·전문위원회 논의 결과를 기반으로 한 ‘정부 검토 의견’을 토대로 공무원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연금개혁 주체인 정부여당이 구체적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은 현재 상황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는 국회에서 진행됐다. 이는 책임 있는 개혁 방안을 내놓는 것까지는 정부의 역할이지만 공무원연금 문제가 결국 국가 재정 문제인 만큼 정부와 공무원 사이의 협상만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공무원연금 개혁 백서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회를 통해 공무원연금이 제때 추진되려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모양보다는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관계부처가 이를 지원하는 방안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 주체가 되면 ‘셀프 개혁’이라는 언론의 강력한 비판에 개혁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크며 공무원단체와 야당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러한 결론 아래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구체적 방안을 기반으로 여당과 야당이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14년 12월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와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 등을 설치한 뒤 사회적 합의 과정에 돌입했다.

다만 그렇다고 정부가 국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당시 정부는 공무원의 고용주로서 책임과 역할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개혁을 해내야 한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했다.

공무원 노조가 ‘공적연금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고 연금 개혁 저지를 위한 투쟁기금 100억 원 마련을 목표로 세우고 기금 모금을 시작하는 등 반발하자 정부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중앙부처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추진하는 등 공직사회의 공무원연금 개혁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2015년 3월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올해만 해도 하루가 늦어질수록 매일 80억 원씩, 그러니까 오늘도 80억 원의 보전액이 들어가고 있는 연금”이라며 “국회가 시한 안으로 연금 개혁을 하지 못한다면 내년부터 매일 100억 원씩 연간 3조7천억 원의 세금이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와 국민, 우리 후손들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에 반드시 개혁을 해내야 하는 것이 이 시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식인 공무원연금 개혁의 사회적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합의 과정에서 상호 양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살펴보면 기존 재직자와 신규 공무원에게 다른 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뼈대로 했다.

기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연금 제도에서는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을 7%에서 단계적으로 10%까지 인상하고 지급률(연금액 비율)은 1.9%에서 즉시 1.35%로 인하한 뒤 단계적으로 1.25%까지 조정하도록 했다. 신규 공무원에게는 국민연금과 유사한 수급 구조(기여율 4.5%, 지급률 1.0%)를 적용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든 공무원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개혁안을 내놨다. 기여율은 2.5%+α로 높이고 지급률은 0.9%-β로 낮추되 연금 산정 방식에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모델(기여율 4.5% 지급률 1.0%)을 넣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더해 공적연금과 공무원연금의 동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최종적으로 나온 공무원연금 여야 합의안에는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모두 담겼다.

실무기구 합의안에는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기여율을 7%에서 9%로 5년에 걸쳐 높이고 지급률을 1.9%에서 1.7%로 20년에 걸쳐 내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주장한 소득대체율 50% 등 공적연금 개혁 관련 논의는 추가로 기구를 설치해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여야 합의를 이룬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2015년 5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45명 중 찬성 233명, 반대 0명, 기권 12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2016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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