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국내외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가 1분기 어닝시즌 '실적 피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하루 만에 10% 가량 급락하며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 22일 삼성전자 주가는 7만6천 원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4월 초 고점(8만5300원)에 비해 9천 원 가량 빠졌다. |
22일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1.93% 내린 7만6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0.98% 하락하며 17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1.45% 상승 마감했다. 전반적 투자심리가 살아난 상황에서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2위인 SK하이닉스가 나란히 하락 마감한 것이다.
현지시각으로 19일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미국 뉴욕증시 반도체주 주가가 급락한 점이 국내증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직전 거래일 뉴욕증시에선 엔비디아(-10.0%), AMD(-5.44%), 슈퍼마이크로컴퓨터(-23.14%) 등 AI 반도체주 주가는 급락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1조 달러대로 돌아왔으며 이날 하루 동안 시가총액 약 2천억 달러가 증발했다.
반도체주는 업황 바닥통과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왔지만 최근 지수 대비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증시 약세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대외 악재가 겹친 가운데 올해 많이 올랐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중동지역 지정학적 긴장감 등 영향으로 위험선호심리가 약화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주요 반도체업체의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 조정폭이 커지고 있다. AI 모멘텀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면서 올해 증시를 이끌어온 AI발 반도체랠리가 꺾일 가능성도 나온다.
17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올해 1분기 수주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ASML의 1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27% 줄어들었다.
이어 18일에는 대만 반도체기업 TSMC가 올해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시장 성장률을 ‘10% 이상’에서 ‘10% 수준’으로 하향하면서 향후 반도체업황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 SK하이닉스는 25일 오전 9시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 |
전문가들은 실적 불안으로 반도체주가 조정을 거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의 기대가 앞서나간 가운데 대외악재와 1분기 실적시즌을 거치면서 단기 조정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국내 반도체산업 순이익은 40조7천억 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1년 49조3천억 원과 비교하면 10조 원 정도 모자란다"며 "그럼에도 주가는 당시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AI 모멘텀과 반도체 업황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향후 반등계기도 실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부터 SK하이닉스 실적발표, 삼성전자 컨퍼런스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퀄컴, 알파벳 등 대형 기술주의 실적발표가 진행된다.
특히 2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는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2조2천억 원 수준일 것”이라며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의 이익 환입이 1분기부터 본격 반영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주요 기술주의 실적 발표 이후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부 기업들의 실적부진, 가이던스 하향조정으로 실적 불안심리가 차익실현 매물로 이어졌다고 판단한다”며 "실적 불안감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며 실적 불안심리를 선반영한 만큼 시장 전망치에 실적이 부합할 경우 실적 불안심리가 진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