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4-09 15: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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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의 승계 구도를 완성해가고 있다.
한화그룹 사업 재편을 통해 장남 김 부회장이 에너지·방산 사업에 힘을 싣고 차남 김 사장이 금융 사업을 지속하는 가운데 3남인 김 부사장은 신사업에 더해 한화 건설부문에서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한화그룹 사업구조 재편과 함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 건설부문에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9일 한화그룹에 안팎에 따르면 ‘선택과 집중’을 위해 약 2년 만에 추가로 추진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승계 구도가 완전히 자리를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인 에너지 및 방산·우주 사업에는 더욱 탄력이 붙는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에서 모두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상풍력설치선(WTIV)과 연계한 해상풍력 중심의 가치사슬(밸류체인) 완성을 도모하고 플랜트 사업 경쟁력을 폭넓게 확보하기 위해 7월1일을 기일로 한화 건설부문의 풍력 사업과 한화 글로벌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양수한다.
한화솔루션은 7월1일을 기해 한화에서 물적분할할 모멘텀부문(한화모멘텀)의 태양광 장비 사업을 받아 태양광 기술 관련 장비 개발까지 총괄하며 제품 생산을 넘어서는 태양광 사업 역량 확보를 추진한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과 해양, 우주까지 아우르는 방산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9월1일 인공지능(AI)솔루션 계열사 한화비전과 반도체 장비 계열사 한화정밀기계를 분리한다.
동시에 인적분할을 통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임시 이름) 지주를 설립한다. 한화 아래 방산 중간지주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민수 중간지주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 나란히 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로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을 두고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아래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가 놓이는 구조가 된다.
재계에서는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와 한화에서 분할하는 한화모멘텀을 김 부사장이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형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영참여가 늦었으나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들을 맡는 모양새다.
한화비전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기술 등 솔루션 사업을 확장하며 2년 연속 연간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한화정밀기계는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용 신공정 장비 개발을 추진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인 김 부사장은 유통 사업에 이어 로봇, 인공지능, 반도체 장비 등 한화그룹 신사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하게 되는 셈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유통 계열사 다음으로 지난해 10월 출범한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 총괄에 오르며 이미 로봇 사업으로 발을 넓혔다. 한화로보틱스는 한화모멘텀의 협동로봇 등의 사업을 분리해 탄생했다.
김 부사장의 역할은 신사업뿐 아니라 한화 건설부문에서도 중요도가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번 한화그룹 사업구조 개편을 보면 한화 건설부문이 풍력 사업을 떼어내긴 하지만 한화 자체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사업은 아직 실적 기여도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국내 10개 지역에서 2.6GW(기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한화 건설부문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입지를 구축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이 주간사로 있는 신안우이 해상풍력(390MW), 영천고경 육상풍력(37.2MW)사업은 지난해 말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실행한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 선정돼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신안우이 해상풍력은 사업비 총액이 2조5천억 원을 넘는 대규모 사업으로 향후 20년 동안 발전 공기업에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며 안정적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2년 전 사업구조 개편 때 한화그룹도 한화 건설부문 풍력 사업의 성장성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화오션의 해상풍력설치선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건설부문의 국내 해상풍력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한화오션의 풍력 사업 양수와 관련해 “한화 건설부문 풍력 사업부는 국내 톱티어(Top-Tier) 사업자”라며 “단기 실적 기여도는 낮지만 중장기 기회 요인은 충분해 사업 확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반면 한화 건설부문이 한화 별도기준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화 건설부문 매출은 4조9303억 원으로 한화 별도기준 매출 7조1864억 원의 69% 수준이었다. 여기에서 글로벌부문 플랜트 사업 매출 6800억 원과 모멘텀부문 매출 7172억 원이 빠지면 단순 계산으로 건설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의 85%까지 높아진다.
한화는 사업군별 전문화를 추진해 각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이를 통해 한화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함께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업계 및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한화 자체사업의 외형 축소를 지적하고 있다. 실적 감소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편에서 한화 자회사는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한화의 사업영역은 적어질 것”이라며 “자회사 사업 경쟁력 강화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한화의 지분가치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단기적으로 나타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사업양도 및 물적분할되는 사업부 3곳 규모를 고려할 때 한화의 별도기준 사업기반이 약화할 것”이라며 “별도기준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만큼 한화 건설부문 본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1월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으로 건설사업에 복귀한 김 부사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올해 사업비 2조 원이 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착공과 함께 2012년 본계약 이후 10년 넘게 이어져 온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의 완전 재개라는 큰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조감도. <한화 건설부문>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한화 건설부문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남쪽 10km 떨어진 비스마야 550만 평에 10만 세대 주택과 사회기반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한화그룹은 오너경영인인 김 부사장을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으로 배치하며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 의지를 보였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게 된다면 김 부사장의 경영 보폭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수주잔고(5조6333억 원)가 한화 건설부문 전체 수주잔고(21조9993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웃돈다.
한화 건설부문은 2022년 10월 이라크 정부의 공사대금 미지급 탓에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해 1월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 사업재개를 위한 협상을 재개했고 12월 미수금( 8374억 원) 가운데 3천억 원을 받은 뒤 주택 3만 세대와 관련한 마무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현재는 NIC와 남은 7만 세대와 관련한 변경협상 관련 실무 협의를 지속하고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도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사업 완전 재개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라크 뉴스(IRAQI NEWS)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의 일부 사업재개 이후 NIC도 매년 1만 세대씩 나머지 7만 세대를 완성하기 위해 자금조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수주지원단을 파견하며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재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월25일(현지시각) 비스마야 신도시 내에서 열린 사업재개 기념행사에서 하이데스 모하메드 마키야 NIC 의장에게 주택 10만 세대 완성까지 차질 없는 지원을 요청하며 “도시개발로의 해외건설 패러다임 전환의 첫 성과가 이번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재개”라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