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백화점들의 VIP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경기침체로 소비 양극화가 심해진 가운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명품 등 고가품을 찾는 VIP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고객에게 쇼핑의 재미를 더하고 있는 백화점 VIP의 세계를 3회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주>
- 백화점 VIP의 세계 글 싣는 순서
① [백화점 VIP의 세계] 10억 넘게 써도 최고 등급 못 받는다고?
② [백화점 VIP의 세계] 백화점 VIP 되면 뭐가 좋나, 예술의전당 대관해서 전용 음악회도
③ [백화점 VIP의 세계] 신세계 강남점 매출 절반이 VIP, 그들의 구매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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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 3사는 내년 VIP 등급 기준을 상향했다. 왼쪽부터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
[비즈니스포스트] VIP. ‘Very Important Person’의 약자. 중요한 사람을 의미한다.
백화점 VIP들은 백화점 입장에서 말 그대로 중요한 사람들이다. 백화점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이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백화점 VIP들이 선호하는 서비스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라운지다. 하지만 VIP라고 해서 라운지를 원하는 시간에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라운지 입장 전 대기시간은 필수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백화점 VIP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백화점 VIP들은 1년에 얼마를 쓰길래 백화점에게 ‘중요한 사람’이 된 것일까.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몇억 원까지 백화점에서 쓰는 사람들. VIP가 되려면 얼마나 결제해야 하는 지 알아보자.
◆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블랙 등급은 누가 받을까, 최상위 등급은 자체 선정
26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국내 대표 백화점 3사는 내년 VIP 등급 기준을 상향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올해부터 VIP 선정 기준을 상향했지만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VIP 등급을 개편했다.
롯데백화점 VIP 등급은 5개다. 가장 낮은 등급인 에비뉴엘그린부터 가장 높은 등급인 에비뉴엘블랙까지 있다.
에비뉴엘그린은 1년 동안 1천만 원 이상 사용한 고객이 받을 수 있다. 가장 낮은 등급 기준이 백화점 3사 가운데 가장 높다.
에비뉴엘오렌지 등급은 결제 금액이 2개로 나뉜다. 2천만 원 이상 기준과 2500만 원 이상 기준이 있다.
두 가지 기준의 차이는 특정 라운지 사용 가능 여부다.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 인천점 라운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2500만 원 이상을 써야 한다.
에비뉴엘퍼플은 5천만 원 이상, 에비뉴엘에메랄드는 1억 원 이상 사용한 고객에게 부여된다.
에비뉴엘퍼플도 7천만 원 이상을 충족한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조금 다르다.
롯데백화점에서 가장 높은 등급은 에비뉴엘블랙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고객들도 알 수 없다. 자체 선정 기준으로 정한다고 공지돼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카페 ‘파리지엔느’에는 지난해 12월 에비뉴엘블랙 등급 연락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회원은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 3억3500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
회원들은 댓글로 본인이 에비뉴엘블랙 등급 연락을 받았는지와 얼마 정도를 사용했는지 등을 공유했다.
2억7600만 원을 사용한 고객은 에비뉴엘블랙에 선정되지 못했지만 2억8500만 원을 사용한 고객은 에비뉴엘블랙 등급을 받았다. 대략 2억 원 후반대에서 등급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 2025년 신세계백화점 VIP 선정 기준. |
◆ 12년 만에 기준 바꾼 신세계, 10억 넘게 써도 최고 등급 못 될 수도 있다고?
신세계백화점은 12년 만에 VIP 등급 기준을 변경했다. 바뀐 기준은 올해 실적으로 내년 VIP에 선정될 고객들에게 적용된다.
신세계백화점 VIP 등급은 가장 낮은 등급인 레드부터 가장 높은 등급인 트리니티까지 총 7개다.
단 한 번 구매로 금액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해서 VIP가 될 수 없다. 레드 등급을 제외하고는 1년에 12회 이상 구매를 해야한다. 레드 등급은 연 24회 이상 구매가 조건으로 붙는다.
레드 등급을 받으려면 500만 원 이상을 써야한다. 지난해까지는 400만 원이었지만 100만 원이 올랐다. 블랙 등급은 기존 800만 원에서 200만 원이 상향돼 1천만 원 이상을 구매해야 선정될 수 있다.
골드 등급은 3천만 원, 플래티넘 등급은 5천만 원, 다이아몬드 등급은 7천만 원 이상을 결제한 고객에게 부여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천만 원이 올랐다.
VIP 선정 기준을 개편하면서 새로 생긴 등급도 있다. 아직 등급명은 정해지지 않았고 뉴 등급으로 불린다. 1억2천만 원 이상을 쓴 고객이 뉴 등급을 받는다.
백화점에서 1년에 1억2천만 원을 결제했으면 구매력이 높은 고객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1억 원 이상 구매한 고객만 2천 명이 넘는다. 강남점이 올린 매출 3조 원 가운데 1조5천억 원 정도를 VIP들이 결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상대평가로 결정되는 등급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트리니티 등급이다.
트리니티 등급은 인원 수로 정해져 있다. 1년에 999명 만이 트리니티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어떤 고객이 10억 원을 썼어도 상위 999번째 고객이 10억을 넘게 썼다면 트리니티 등급을 받을 수 없단 얘기다.
◆ VIP 등급에서도 MZ세대에 힘 쏟는 현대백화점, MZ세대 전용 VIP 멤버십 운영
현대백화점도 내년 선정될 VIP 등급 기준을 상향했다. 기존에 없던 프레스티지 등급도 신설해 자체 기준에 따라 선정한다.
현대백화점 VIP 등급은 가장 낮은 그린 등급부터 가장 높은 프레스티지까지 모두 7개다.
그린 등급은 1년에 5백만 원 이상 사용한 고객이 받을 수 있다. 세이지와 클럽와이피는 3천만 이상 결제한 고객에게 부여된다.
클럽와이피는 2030세대 전용 VIP 멤버십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부 선정 기준을 통해서도 클럽와이피 등급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쟈스민 등급은 6500만 원 이상 쓴 고객이 대상이다. 지난해보다 1천만 원이 올랐다. 쟈스민블루는 1억 원, 쟈스민블랙은 1억5천만 원 이상 결제한 고객에게 돌아간다.
지난해보다 쟈스민블루는 2천만 원, 쟈스민블랙은 3천만 원이 각각 상향됐다.
내년부터 새롭게 부여되는 등급은 프레스티지다. 프레티지등급은 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쟈스민블랙 고객 가운데 구매 금액과 방문 일수 등 자체 기준에 따라 선정한다.
어떤 고객들이 프레스티지 고객에 선정됐는지는 올해 12월 VIP 선정 발표가 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5천만 원 이상, 1억 원 이상씩 쓰는 VIP들은 본인이 다니는 백화점을 잘 바꾸지도 않고 매년 VIP에 선정되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며 “낮은 등급이라고 해도 VIP에 한 번 선정됐던 사람들은 VIP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같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