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의 도급 인터넷 설치기사가 전신주 작업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통신업계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과도한 실적압박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의정부 홈고객센터의 설치기사 김모(35)씨가 27일 낮 12시께 경기도 의정부시 한 전신주(4m 60cm)에 올라가 인터넷 개통 작업을 하다 추락했다. 김씨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인 28일 오후 9시께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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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혜선 정의당 의원. |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고 당시 안전모를 쓰지 않아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김씨를 검안할 결과 손에서 감전된 흔적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일 비가 오고 있었는데도 김씨는 안전장갑도 착용하지 않고 일을 했다”며 “처음엔 김씨가 비 때문에 미끄러져 사다리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는데 감전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요청하는 한편 홈고객센터 관계자를 상대로 안전관리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김씨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SK브로드밴드와 계약을 맺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현재 SK브로드밴드 전국 센터의 현장기사 중 57%가 김씨와 같은 개인 도급 형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와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는 “기사들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안전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며 “개인사업자인 설치기사들은 작업 중 다치더라도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재완 노조사무국장은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기상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작업중지권이라도 행사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개인사업자들은 월급도 건별로 받기 때문에 위험한 작업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번 사고는 그동안 통신업계에서 늘 지적돼 왔던 위험의 외주화, 과도한 실적압박, 열악한 작업환경 등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사고를 당한 김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었기에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덧붙였다.
설치기사들의 추락사고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6월 23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진모씨가 에어컨을 수리하다 추락해 숨졌고 9월 22일에도 SK브로드밴드 소속 현장기사가 전신주 감전으로 추락해 척추를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사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사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