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수익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e스포츠 업계에 해킹 등 보안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e스포츠업계에 따르면 미국 게임기업 EA의 슈팅게임 '에이펙스 레전드'의 e스포츠 대회로 최근 열린 'AGLS 토너먼트 2024' 북미지역 결승에서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
▲ 다크제로이스포츠 소속 젠버튼 선수의 개인화면에 숨어있는 다른 모든 선수들의 위치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 DZ젠버튼 X계정> |
해커가 선수의 게임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해킹해 강제로 불법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되면서 e스포츠 팬들과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주최 측인 EA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자체의 취약점을 이용한 해킹 공격이라 별다른 대책이 없어 무작정 대회를 연기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2월에는 국내 e스포츠 대회인 LCK도 피해를 봤다.
실시간으로 중계된 경기 도중 특정 선수에 대한 서비스거부공격(DDoS)이 반복되면서 경기가 몇 차례나 중지되고 주최측이 관객에게 입장료를 환불해주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의 경우 주최측인 라이엇코리아가 오프라인 인프라를 보유했기에 내부 서버망을 구축, 외부 해킹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3주 후 관중을 동반한 경기를 재개할 수 있었다.
▲ 라이엇코리아는 내부 서버망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거부공격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 발생 3주 만에 대회운영을 정상화했다. < LCK 공식 X계정 > |
그러나 무관중으로 녹화경기를 내보내면서 입장료는 물론 시청자 수에서도 적잖은 타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공간에서 전 세계 시청자를 모으며 급성장한 e스포츠 산업이 보안이라는 장애물을 만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게임 제작사 차원에서부터 보안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일련의 e스포츠 해킹피해 사례가 게임 개발사의 보안 취약점 정보가 외부에 유출된 된 데서 비롯됐다는 점에서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사례부터 보면 이 게임은 슈팅게임 개발사 '밸브'의 게임개발 프로그램인 '소스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밸브는 2020년 소스엔진의 코드가 외부에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든 라이엇게임즈 역시 2023년 1월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자사 게임의 불법프로그램 방지 플랫폼의 소스 코드가 외부에 유출되는 일이 있었다.
▲ 미국 라이엇게임즈는 2023년 1월 해커조직으로부터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지만 이들과 협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라이엇게임즈 X계정> |
이렇게 노출된 정보를 이용하면 게임 프로그램이 해킹 통로로 이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잇단 해킹 피해로 게임업계에서 보안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에는 이미 자발적으로 ISMS와 같은 국제 보안인증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안 분야의 비용증가는 안그래도 힘겨운 e스포츠 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뚜렷한 수익원을 찾지 못하면서 산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주요 e스포츠 구단 10곳 가운데 9곳 적자를 봤다. 국내 최대 인기구단인 T1도 2022년 영업적자 166억 원에 허덕였다.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국내 구단은 스타 선수 영입을 중단하고 신인 선수 육성으로 운영방향을 변경하기도 했다.
2023년부터 경기 침체로 외부 투자까지 말라붙으면서 구단들의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그 영향은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려있는 미국에서 먼저 나타나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는 최고 인기 구단이었던 TSM이 대표 종목인 리그오브레전드 팀을 해체했다. 또 다른 인기 구단인 클라우드나인은 다른 7개 e스포츠 종목 팀을 해체해 비용을 줄였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