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에서 샘 올트먼 당시 와이콤비네이터 회장(왼쪽)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 Y combinator >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를 고소하면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두 사람이 예전에는 인공지능(AI) 개발을 두고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나 최근 소송전을 벌일 정도까지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소송을 걸었다는 분석도 제기돼 둘 사이 갈등이 단기간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디인포메이션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일론 머스크가 오픈AI를 고소한 실질적인 이유로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점이 거론된다.
IT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인공지능 개발기업 ‘X.ai’에서 소속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인공지능 시장이 급속히 성장해 개발자들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시장 선도기업인 오픈AI로의 인력 이탈을 막고자 전략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최근 연봉으로 수백만 달러를 요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일론 머스크의 이번 소송은 X.ai에 핵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운영하는 여러 사업에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연동하려는 구상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자율주행(FSD) 기술이 대표적 사례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차량의 자율주행 성능 고도화를 위해 영상을 분석하고 처리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려 한다.
그 외에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구동과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챗봇 그록(Grok)에도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껏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머스크가 자신의 회사에 경쟁력 높은 인공지능 역량을 구축하고자 했으나 오픈AI가 챗GPT로 경쟁에서 앞서 나가다 보니 위기감을 느껴 소송을 걸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 오픈AI가 일론 머스크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공식 블로그에 5일 게재한 자료. 일론 머스크가 비영리 사업을 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과 달리 오픈AI 설립을 준비하던 2015년 당시 1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모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OpenAi > |
일론 머스크는 오픈AI가 ‘인류 공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비영리로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던 설립 초기 계약을 최근 저버렸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다.
머스크가 과거에 오픈AI 설립과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힘든 행보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이사회 공동 의장을 맡았다. 4400만 달러(약 582억 원)를 기부 형식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오픈AI의 다른 공동 의장이던 샘 올트먼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했던 행적도 확인된다.
샘 올트먼이 액셀러레이팅(창업기획자) 기업 ‘와이 콤비네이터(Y-Combinator)’를 이끌던 2016년 일론 머스크를 직접 찾아 인터뷰를 했던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두 사람은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인공지능과 전기차 및 우주사업에 의견을 나눴다.
일론 머스크의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샘 올트먼을 두고 “일론 머스크와 같이 열정적인 인물”이라고 평하며 두 사람의 공통점을 조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샘 올트먼은 이번 소송전이 벌어진 뒤 오픈AI 공식 블로그를 통해 머스크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자료를 직접 알렸다.
법원에 제출된 소장 주장과 달리 머스크가 영리사업을 위해 더 공격적으로 자금을 모으자며 사업 확장을 밀어붙였던 정황이 담긴 이메일도 공개됐다.
머스크의 주장이 과거 행적과 달라 위선적이라는 의미다. 머스크가 오픈AI CEO에 올라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자 했던 내용도 있었다.
오픈AI는 머스크의 모든 법적 청구를 기각하기 위해 움직일 계획이라고 밝혀 두 사람 사이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갈등을 집중 조명하며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오히려 독이 됐다”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공지능 판을 주도하려는 경쟁이 과거 오픈AI를 함께 운영했으며 현재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머스크와 올트먼 두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