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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재건축을 앞둔 은마아파트 매매가 안내판이 붙어 있다. <뉴시스> |
‘35층이냐, 50층이냐.’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층수를 놓고 서울시와 재건축조합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재건축조합들은 서울시가 과도한 높이 규제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시는 층수를 완화해 줄 명분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최근 주민투표를 거쳐 최고 50층, 전용면적 30~109㎡의 총 5940가구를 짓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재건축 설계안을 채택했다.
설계안에 따르면 단지 중앙에는 1만7000㎡ 규모의 광장이 들어서고 주변에 50층 높이의 랜드마트 빌딩 6개 동이 지어진다.
총사업비는 1조1천억 원으로 책정됐으며 추진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뒤 2018년까지 서울시로부터 사업시행인가 등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 설계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가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주거지역의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50층의 재건축이 허용된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도시의 핵심 상업업무기능을 담당하는 지역이어서 주거시설 밀집지역인 대치동과는 다르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다만 서울시는 국제현상공모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파트 단지를 지을 경우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희림 측은 이 점을 노리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설계용역 응모자격으로 최근 10년간 한국 또는 외국 정부가 발주한 국제공모전에 입상한 실적으로 보유해야 하고 반드시 해외 설계사와 컨서시엄을 구성하도록 제한했는데 희림은 네덜란드 유엔스튜디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설계공모에 참여했다.
재건축추진위는 국제공모를 통해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을 설계한 만큼 서울시의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추진위는 설계용역비로 100억 원 이상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는 승인을 내줄 경우 35층 제한에 반발하고 있는 반포.서초 등 다른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와 형평성이 깨지는 데다 초고층을 일단 허용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조합들은 서울시의 35층 제한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규제라고 보고 있는데 지역 특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층수 제한을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초고층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견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우선 부산 해운대에 100층 안팎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상황에서 인구가 밀집한 강남지역을 35층 이하로 묶어둘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같은 용적률이라도 높게 지으면 일조권, 조망권, 녹지확보가 쉽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며 “1천만 명이 사는 서울의 중심지를 중저층 주거지로 묶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서울시의원(새누리당)도 “35층 규제는 충분한 근거도 없고 도시경관을 오히려 퇴보시킬 것”이라며 “설계 차별화로 명품 아파트단지임이 인정된다면 높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초고층 아파트를 고집하는 이유가 도시경관이나 주거 환경 개선 때문이 아니라 ‘초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초고층으로 갈수록 재건축 조합원의 혜택이 커지는데 서울시 입장에서 지나친 초과이익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시가 규제를 풀어서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해 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