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엔씨소프트 주주 커뮤니티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 28일 밝힌 '보수 한도 삭감‘ 주총 안건 승인에 시큰둥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스스로를 주주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보수 삭감도 아니고 보수 한도 삭감이라는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이사 보수 한도를 기존 20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삭감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키로 했다.
이는 지난 8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공개적으로 지적받은 내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문준기 베어링자산운용 매니저는 “엔씨소프트가 2023년 최악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김 대표가 120억 원대 연봉과 성과급을 가져갔다”며 “회사는 내부적 계산 방식이 있다고 하지만, 다른 상장사를 봐도 (실적이 악화한 회사 대표가) 100억 원 이상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잇따르는 주주들 비판 목소리에 김 대표는 지난 1월 수 년 동안 논란이돼온 가족경영 없애겠다고 밝혔다.
▲ 윤송이 전 엔씨소프트 CSO, 김택헌 전 엔씨소프트 CPO.
그는 조직개편을 통해 아내인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친동생인 김택헌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를 본사 경영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
전문경영인을 공동대표로 영입하고 개발자들을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전면에 내세워 사업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이번에 이사진 보수 한도를 삭감키로 한 것 역시 회사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그동안 쌓일 만큼 쌓인 주주 불만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업들처럼 김 대표가 무보수 경영을 통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거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마침 김 대표 임기가 2024년 3월까지로 끝나는데, 3월 주총에서 김 대표의 연임안이 승인될지 주목된다.
회사 주주 커뮤니티에는 반대표라도 던져 항의하는 뜻을 전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스스로를 주주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올해 김 대표의 재선임안이 나오면 반대하겠다”며 “회사가 바뀌려면 결국 대표이사가 바뀌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주주들의 반응이 이토록 싸늘한 이유는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영업실적과 신작게임 흥행 실패, 이에 따라 곤두박질치고 있는 회사 주가와 무관치 않다.
▲ 엔씨소프트가 2023년 12월7일 출시한 쓰론앤리버티 이미지.
회사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1조7798억 원, 영업이익 1373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75%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 말 출시한 대작게임 쓰론앤리버티(TL)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회사 주가는 올해 2월17일부터 2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2015년 이후 처음이다. 29일 현재 주가는 19만5천 원이다.
하지만 김 대표(지분 11.9%)를 비롯해 사우디 PIF(9.3%), 넷마블(8.9%), 국민연금(6.3%) 등 우호 지분이 약 36%에 이르는 만큼 연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는 3월28일 열리는 주총에선 김 대표를 둘러싼 거취 문제 외에도 신사옥 건립 문제, 2조 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어떻게 투자할지 등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