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4-02-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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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험지 출마 권유에 따라 올해 4월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남을 대신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선한 서울 서대문을로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외교부 장관 출신’인 박 의원은 서대문구에서 오랜 기간 의정활동을 한 ‘서대문구 토박이’ 김 의원과 치열한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 서대문을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25일 여야 총선 공천을 보면 서울 서대문을 지역구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함께 의정활동을 한 박 의원과 김 의원 사이의 경쟁구도가 펼쳐지게 됐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박 의원을 서대문 후보로 재배치해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박 의원은 “선민후사의 정신으로 헌신과 도전을 시작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여 맞대결이 성사됐다.
박 의원은 애초 현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 지역에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과 함께 공천 신청을 냈다. 전직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 출신 인사가 한꺼번에 국민의힘 ‘양지’에 공천을 신청하며 지역 재조정 압박을 받아왔다.
박 의원의 서울 서대문을 출마로 수도권 내에선 첫 3선 이상 중진의 지역 재배치가 이루어졌다.
다만 박 의원이 단수·전략공천되자 기존 서대문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송주범 예비후보는 “오세훈 최측근을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송 예비후보는 오 시장 임기 초기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바 있고 17·18·19대 총선에서 당선된 故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송 예비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4·10 총선은 국민의힘이 의석수 과반을 가져올 수 있느냐에 사활을 건 승부”라면서 “공천에 있어서 핵심은 각 지역의 독특한 특성을 이해하고 지역별로 맞춤 공천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서대문을의 경우 험지를 넘어 ‘사지’에 가깝다”며 “지난 총선에서 낙선하고 지역 특성과 통계지표 분석, 숙원사업, 당선사례 등 면밀히 분석해왔다. 선거는 분위기·구도·개인기가 중요하다고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서대문을에 지역 기반이 전혀 없는 박 의원이 송 예비후보를 포함한 지역 인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는 지가 선거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1956년생으로 서울 종로 출신이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11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서기관으로 잠시 근무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방문연구원을 거쳐 영국 뉴캐슬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를 지냈다.
김영삼 정부에서 당시 최연소 나이로 대통령비서실 해외담당 공보비서관과 정무비서관을 맡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거쳐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공보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16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17대, 18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내리 당선됐다. 한나라당 대변인,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국회 한국의원외교포럼 회장,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 분과위원회 간사로 활동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 지역구에 전략공천돼 당선됐다. 박 의원은 출마한 4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 낙선한 경험이 없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컷오프된 뒤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대선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을 맡았고 윤석열 정부의 초대 외교부 장관에 취임해 올해 1월 이임식을 끝으로 물러났다.
박 의원의 맞상대는 재선의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등판하는데 지역기반이 단단해 만만치 않은 상대로 평가된다.
▲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둘러보고 있다. <김영호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 의원은 문석진 전 서대문구청장과 경선을 치뤘고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는 21일 김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다. 김 의원은 서대문을 출마로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함께 의정활동을 한 박 의원과 한판 승부를 겨뤄 3선 고지를 노리고 있다.
김 의원은 1967년생으로 서울 출신이다. 마포고등학교와 베이징대학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중국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포츠투데이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18대 총선에서 서대문구을에 출마했지만 정두언 한나라당 후보에 크게 패배했다. 19대 총선에서는 정 후보와 재대결을 펼쳤지만 625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20대 총선에서는 마침내 정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당선됐고 21대 총선에서도 60%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 의원의 아버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동생’이라 불릴 정도로 가까웠던 김상현 전 의원이다. 김상현 의원은 6대(서대문구갑)·8대(서대문구을)·14·15대(서대문구갑)·16대(광주 북구갑) 의원을 지낸 서대문구의 터줏대감이다. 2018년 4월18일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서대문구을은 원래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었지만 최근 10년새 진보 우세 지역으로 바뀌었다. 2000년 이후 선거를 보면 제17·18·19대 총선에서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내리 당선됐다가 제20·21대 선거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송주범 미래통합당 의원에 23.64%포인트 차이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있는 김 의원에게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시작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된 리스크가 있다.
김 의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지난해 11월21일 페이스북에서 “돈봉투 재판에서 검찰은 증거 능력도 없는 국회의원 명단을 스크린에 띄워 신문하는 편법을 동원했고 언론은 어김없이 검찰이 공개한 국회의원 명단을 보도하고 있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서대문을은 대학가가 많은 서대문구갑과 달리 대부분 주거지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최근 디지털미디어시티와 남가좌·북가좌동 인근 가재울뉴타운 등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어 주민 구성의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재울뉴타운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아파트 단지들이 많이 조성된 북가좌1동과 남가좌1동은 중산층 이상의 유입으로 이전에 비해 상당히 보수화되고 있다. 반면 뉴타운이 조성되지 않은 홍은동과 홍제3동, 다세대주택들이 주로 포진한 북가좌2동은 진보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된다.
다양한 유권자 분포와 엎치락뒤치락했던 지난 총선들처럼 최근 선거에서 드러난 결과는 여전히 해당 지역구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했다.
가장 최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서대문을은 여전히 진보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46800표(49.21%)를 득표해 43878표(46.14%)를 얻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를 3.07%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러나 바로 뒤에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서대문구청장 선거에서 서대문을 유권자들은 이성헌 국민의힘 후보에게 3만4861표(51.89%)를 줘 3만1536표(46.94%)를 득표한 박운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4.95%포인트 차이의 승리를 거뒀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