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통신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소유분산기업 '카르텔' 논란과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 등 험난한 새 대표 선발 작업을 거친 뒤 선임된 김 대표가 이전 구현모 대표의 '디지코 KT'라는 신사업 비전 대신 새로운 신사업 전략을 마련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가 되겠다는 구호 아래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다방면의 신사업을 이끌 인력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 파트너'는 김 대표가 내건 슬로건으로, IT(정보기술) 전문성을 강화해 통신기술 중심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구 전 대표가 내건 ‘디지코 전환’과는 약간 방향성이 다르다.
다만 이 슬로건은 구체적 사업계획을 담고 있진 않다.
구 전 대표는 2020년 10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일궈나간다는 디지코 전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비통신 사업 매출 비중을 50%까지 높이고, 2022년까지 AI 핵심인재를 1200명 확보할 것이라는 등 구체적 사업 전략을 밝혔다.
하지만 김 사장은 탈통신 신사업 전략 수립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 사장이 탈통신 사업 전략을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다른 통신사들이 힘을 싣고 있는 신사업과는 다른 차별화한 사업 영역을 더 찾아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여러 AI사업을 한 데 묶어 △AI 인프라 △AIX(AI 전환) △AI 서비스의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의 고른 성장을 도모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탈통신 신사업 전략으로 내세웠다.
LG유플러스는 플랫폼 사업을 탈통신 중심 축으로 삼는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면서 거대언어모델(LLM)인 '익시젠'의 적용 영역을 확대해 AI 서비스 등에서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은 기존 이동통신 사업, 초고속인터넷과 IPTV 등 유선사업의 시장 정체로 새로운 성장 사업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특히 이동통신 사업은 규제 측면에서 정부의 요금제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제4 이동통신사업자 출범 등 경쟁이 더 치열지면서 수익성이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KT는 △인공지능컨택센터(AICC) △스마트모빌리티 △스마트 공간 △에너지 등을 5대 사업으로 정했고,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며 "신사업 전략이 불투명하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I 반도체를 위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리벨리온에 330억 원 투자를 결정하는 등 미래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