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테마에 힘입은 지수 상승세가 조만간 힘을 잃고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저PBR 업종 가운데서도 ROE(자기자본순이익률) 수준이 높은 종목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업종을 주목하고 있다.
▲ 앞으로 저PBR 테마의 수혜는 현대차와 기아 등 자동차 업종에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
13일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1.12% 상승한 2649.64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뒤 저 PBR 테마가 지속되면서 이날까지 코스피는 7%가량 상승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들에 자체적인 PBR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그러나 저PBR 테마에 힘입어 지수가 상승할 수 있는 힘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뒤 코스피의 PBR은 0.98배까지 상승했다. 저PBR 개선의 기준선(1배)에 사실상 도착한 것이다.
PBR은 PER(주가수익률)과 ROE의 곱으로 도출된다. 최근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 강화를 예고하면서 주가(PER)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PBR 개선을 이뤄냈다.
그런데 현재 코스피 PBR 수준이 1배에 근접한 상태에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PER을 더 높여 PBR을 이 이상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인 ROE가 높아져야 자연스럽게 PBR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
일례로 2005~2007년 고성장하던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수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들의 ROE 수준이 13~15%에 이른 결과 코스피 PBR은 1.6배까지 오른 바 있다.
현재 미국 S&P500 기업들의 PBR이 4배에 이르는 이유도 ROE가 20% 수준에 육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현재 ROE는 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부진 등으로 수출이 줄어들자 수익성이 악화돼 있는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PBR 1배 수준의 한계는 코스피 2600 중반선이다”며 “국내 기업들의 ROE가 적어도 10%는 넘어야 지금보다 높은 PBR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따라서 이제 시장의 시선은 단순한 저 PBR 종목을 넘어 ROE 등 수익성이 단단한 업종으로 옮겨가면서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업종이 저PBR 테마의 수혜를 온전히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증시 상승세를 이끈 저PBR 업종은 크게 금융(은행, 증권, 보험)과 자동차업종으로 나뉜다. 그런데 최근 금리가 하향 추세로 돌아서면서 금융주는 향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주요 자동차주는 올해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무디스는 최근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연합뉴스> |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사상 최고 신용평가 등급을 매기는 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무디스는 6일 현대차 신용등급을 Baa1/긍정적에서 A3/안정적으로 상향하면서 "향후 1~2년 동안 글로벌 자동차산업 업황이 녹록치 않겠지만 현대차의 수익성과 충분한 자본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기아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으며 무디스 신용평가가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기아는 평균판매단가 상승 지속, 높은 전기차 경쟁력과 하이브리드 기술력, 튼튼한 배당 재원 등에 힘입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장 모범적 회사로 생각된다”고 바라봤다.
ROE의 측면에서도 기아(18%), 현대차(12.2%) 등 자동차업종은 금융업종보다 높은 ROE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은행, 증권, 보험 업종의 평균 ROE는 10%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허재환 연구원은 “저PBR 업종들 가운데 자동차업종 주가는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