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인텔과 TSMC의 현지 반도체공장 건설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계획을 두고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중국 관영매체의 비판이 나왔다.
반도체 생산 설비 구축에 필요한 시간과 잠재수요 부족 등 측면을 고려하면 미국 내 공장은 공급 과잉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9일 “미국의 제조업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보조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주요 생산거점으로 거듭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이른 시일에 인텔이나 TSMC를 대상으로 대규모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상무부는 이르면 2월 중에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을 받을 대상 기업을 선정해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텔은 현재 미국에 435억 달러(약 58조 원), TSMC는 400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받게 될 기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이처럼 거액을 투자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미국에 반도체 공급망을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데 최소한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생산라인 가동이 시작될 때면 이미 미국 내 공장에 들어서는 미세공정 기술은 다소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미국 내 공장에 4나노 미세공정을 도입할 계획을 두고 있다. 본격적인 가동 시기는 2025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두 회사는 모두 2025년부터 각각 한국과 대만 공장에서 두 세대 앞선 2나노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제조업 기반이 부족한 미국에서 자국산 반도체의 수요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더구나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다른 국가에서 수입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 설립되는 반도체공장이 대부분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결국 미국 정부의 보조금은 제조업 재건 목표에 기여하는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상당한 규모의 비용 지출에도 ‘속 빈 강정’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실제 수요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만으로 민간 투자 활성화를 이끌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결국 중국과 같은 강력한 수요시장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가장 효과적 유인책에 해당한다며 미국 정부가 자유무역 기조를 되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무역규제 조치를 겨냥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으로 공급망을 분리하기 위한 시도를 중단하고 시장 경제에 정부 개입을 줄이는 쪽으로 관계 회복에 힘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