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이 계속 둔화되고 있다. 전기차의 판매량 증가율은 2021년 108.9%에서 2022년에는 61.3%로, 2023년에는 36.4%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사실 이 정도 성장률만 하더라도 낮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지만 예전만큼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금씩 늦춰나가고 있다.
문제는 현대차다. 현대차에게 전기차는 단순한 새로운 시장이 아니다. 커다란 점프를 하기 위한 수단이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는 줄곧 패스트팔로워였다. 하지만 시장의 격변은 언제나 패스트팔로워가 퍼스트무버로 나설 수 있는 커다란 기회가 된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과연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현재의 상황을, 어떤 복안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을까?
현대차의 복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전기차의 판매량 증가율이 왜 둔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친환경 등 좀 거창한 장점을 빼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차의 가장 큰 메리트는 바로 유지비다.
가솔린차는 기름을 소위 ‘만땅’으로 채우기 위해 거의 1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하고 주유비가 저렴한 가스차라고 할지라도 가솔린 차의 60~70%정도는 들어간다.
하지만 전기차는 외부 유료 충전소를 이용하더라도 몇천 원이면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좋은 장점이 비싼 가격이라는 단점 때문에 완벽하게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동급의 가솔린차보다 2300~2500만 원정도 비싸기 때문에 보조금을 1천만 원 정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1300~1500만 원 정도 비싸게 사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한 달에 20만 원씩 기름을 넣는다고 하더라도 내연기관차보다 총 금액이 저렴해지는 시점은 차를 구매한 뒤 5년이 지난 이후다. 여기에 충전의 불편함 같은 것을 고려한다면 내연기관차를 타던 사람이 전기차로 넘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이 비싼 가격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된다.
가격을 낮추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생산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의 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기차의 생산단가를 낮추는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럼 현대차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 장기적으로 어떤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먼저 단기적으로는 HMGMA의 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 HMGMA는 현대차가 미국에 대규모로 짓고 있는 공장이다.
정확히 말하면 HMGMA는 원가 절감과는 큰 관계가 없다. 하지만 HMGMA가 완공되고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대차가, 아니 전 세계 수많은 완성차 기업들이 가장 중시하고 있는 시장이 바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라는 것을 살피면 이 보조금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HMGMA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일만 가지고 바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 60% 이상을 북미에서 조립하고 주요 광물 50%를 미국 또는 무역 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 또는 가공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대차는 아직까지는 “보조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정확한 계획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HMGMA에서 실제로 전기차를 생산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면, 어떻게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배터리 공급망 등을 조절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보조금은 한시적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차가 생각하는 다음 단계는 바로 2세대 EV 플랫폼이다.
2세대 EV 플랫폼 계획은 현대차의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개발 체계 완성과 맞물려 있다.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가 적용된 2세대 EV 플랫폼은 소형부터 초대형 SUV, 픽업트럭, 제네시스 브랜드 상위 차종 등을 아우르는 거의 모든 차급에 적용된다.
이 말은 무슨 말인가 하면, 현대차에서 생산하는 거의 모든 차종의 모터, 배터리 등 핵심 모듈이 각 차급에서 공유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장점은 ‘규모의 경제’와 맞물려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또한 2세대 EV 플랫폼에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LFP의 장점이 폼팩터 다변화와 경제성, 안전성 등이라는 것을 살피면 LFP 사용 역시 전기차의 생산단가를 내려줄 수 있다.
자동차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는 것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문제는 속도다. 과연 전기차 수요의 폭발적 성장을 위한 현대차의 여러 가지 복안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그래서 과연 내연기관차가 정말로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시점은 언제가 될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