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현장을 직접 찾아가면서 디지털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그룹의 미래를 그리려는 함 회장의 기대에 성과로 답해야 하는
박근영 하나금융지주 그룹디지털부문장 겸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디지털 부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박근영 하나금융지주 그룹디지털부문장 겸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그룹> |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12일(현지시각)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에 방문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현장을 찾는 것이다.
CES 이후 아마존을 방문하는 추가 일정도 소화한다. 지난해 역시 박람회에 참석한 뒤 따로 구글 베이뷰 캠퍼스와 엔비디아 본사를 둘러봤다.
함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그가 디지털·IT 분야에 대해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하면서 금융권에서도 디지털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일례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4’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들이 주거래은행을 변경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모바일채널의 편의성’이 꼽혔다.
과거 금융소비자들이 저축상품의 조건, 상품 가입시 제공되는 혜택에 따라 이동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것이 좋은 금융상품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함 회장은 디지털 분야 트렌드를 읽는 것은 물론 스스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함 회장은 CES 방문에 대해 “인공지능(AI)가 스마트홈·헬스케어·핀테크·제조·금융 등 업종의 경계를 넘어 산업과 결합하는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려 한다”며 “이를 통해 금융그룹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함 회장이 2022년 하나금융의 새로운 비전으로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내놓으며 추구한 ‘협업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디지털 역량은 필수로 꼽힌다.
여러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흩어진 정보를 모으는 것은 물론 이를 분석하고 알아보기 쉽게 구현하는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협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며 “각 사의 한정된 자원으로 강력한 경쟁자들과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나금융에서 디지털 부문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하나금융의 그룹디지털부문장을 맡은
박근영 부사장의 역할이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그룹디지털부문은
박성호 전 부회장의 총괄 아래 있었으나 올해 조직개편에 따라 부회장직제가 폐지됐고 박 전 부회장도 임기가 만료로 퇴임했다.
이런 가운데 부회장직제 폐지에 따라 도입된 부문임원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박 부사장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다는 뜻으로 읽힌다.
▲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앞줄 왼쪽)이 2023년 1월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현장에서 LG전자 부스의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다. 함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으로 CES에 직접 방문했다. <하나금융그룹> |
박 부사장은 그룹 내 IT 전문가로 꼽힌다.
전산부서에서 경력을 시작해 20년 넘게 IT·정보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정보전략기획부, 전산정보개발팀, IT통합이행부, 정보보호부, IT기획부, IT개발본부, ICT본부를 거쳤다.
2016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전산통합에서 실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박 부사장은 당시 IT통합추진부장을 맡아 일반적으로 2년이 걸리는 전산통합작업을 9개월 만에 큰 오류 없이 마무리 지으며 성과를 냈다.
하나금융의 IT 자회사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하나금융티아이는 그룹 내 계열사들을 위해 전산망을 구축·관리해 주거나 IT 전략을 지원할 뿐 아니라 혁신 금융서비스 개발 등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른 부문임원들을 살펴봐도 박 부사장에게 중요한 역할이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나금융에서
이은형 부회장이 하나금융지주 그룹ESG·그룹글로벌·그룹브랜드부문장을, 강성묵 부회장이 손님가치부문장을 역임하고 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