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캐피털업계의 유동성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캐피털업계는 그동안 레고랜드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등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을 때마다 자금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여파로 캐피털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금융당국이 최근 렌탈자산 기반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끔 규제를 완화한 점이 캐피털업계의 숨통을 틀지 관심이 모인다.
10일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신청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전반에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어 캐피털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동영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브릿지론, PF와 같은 부동산금융의 만기연장, 부실 영향으로 캐피털업권 전반의 유동성 지표가 저하되는 모습이다”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캐피털사의 조달여건은 더욱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사들은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면 자금조달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도 한다. 법인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발행해야 하는 여전채를 통한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부동산 PF 관련 위기가 캐피털사 자금조달에 특히 영향을 줄 것으로 바라봤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차이)의 급격한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등급 사이 차별화는 심화할 것이다”며 “여전채 가운데 캐피털사의 신용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높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몇몇 캐피털사들은 신용등급이 하향조정 되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M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국기업평가는 OK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했다.
이런 가운데 렌탈자산 기반 ABS 발행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캐피털사들의 자금조달 위기감이 한 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4일 여전사들이 렌탈자산을 기반으로 ABS를 발행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여전법 시행령의 입법을 예고했다. 관련 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 내 해당 법안을 시행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그동안 자산유동화에 활용하기 어려웠던 자동차, 정수기 등 렌탈자산을 기반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 캐피털사들이 자동차 등 렌털자산을 기반으로 ABS(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
ABS는 담보가 있다는 점에서 일반 채권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여전사들의 부수업부로 분류된 렌탈업은 여전사들의 고유업무 관련 자산으로 한정된 유동화 가능 자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캐피털사는 회사마다 영업자산 비중이 각각 다르다보니 체감하는 정도는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도 "ABS를 발행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시행령 개정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렌탈자산이 캐피탈업계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크지 않아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캐피털업계의 총 자산은 약 213조 원 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여전사의 렌탈자산 규모가 약 14조 원으로 알려졌음을 고려하면 렌탈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이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