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도스 기술력 확보를 위해 2023년 5월 미국 디스플레이 기업 이매진(eMagin)을 약 2억1800만 달러(약 29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매진은 ‘RGB 올레도스’ 기술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와 같은 방식은 낮은 전력으로 더 밝은 휘도(밝기)를 제공해 IT기기의 부피는 줄이고 배터리 수명은 늘릴 수 있다. 올레도스가 적용되는 XR 기기의 밝기, 부피, 무게, 이용시간을 개선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CES 2024 삼성디스플레이 부스에서는 이매진의 올레도스가 탑재된 군사용 헬멧과 야간 투시경이 전시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XR 기술을 담당하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팀을 연구소 조직에서 분리해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는 올레도스와 같은 마이크로디스플레이를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2세대 비전프로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도스를 최우선으로 검토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애플의 2세대 비전프로는 현재 사용되는 화이트올레드(WOLED) 디스플레이가 아닌 ‘RGB 올레도스’ 디스플레이를 활용할 것”이라며 “현재 RGB 올레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4'에서 RGB 올레도스를 최초로 선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애플이 1월27일 출시를 앞둔 1세대 비전프로에는 소니의 화이트올레드(W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애플 비전프로 디스플레이와 관련한 초기 수주 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이 밀린 것이다.
소니의 올레도스 기술력은 현재 국내 업체들보다 반 발자국 앞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소니의 화이트올레드 방식은 백색광이 컬러필터(CF)를 통과하면서 휘도(밝기)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RGB 올레도스 방식은 컬러필터를 따로 거치지 않기 때문에 더 밝고 선명한 화면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좀 더 개선된 기술로 소니를 역전할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다.
다만 RGB 올레도스 방식은 기술적 난도가 더 높아 아직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 입장에서 매스(대중) 모델을 내놓기 전에 RGB 올레도스 기술과 양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업체와 더 협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애플은 1세대 비전프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본 뒤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들과 차세대 모델 출시를 위한 협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전프로의 예상 가격은 3499달러(약 450만 원)로 높은 편인만큼 올해 애플의 목표 출하량은 50만 대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수율(양품 비율)을 개선한다면 2세대 모델에서는 충분히 대중적인 가격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세대 비전프로의 출시 예정 시기는 2026~2027년이다.
또 삼성전자도 구글, 퀄컴과 손잡고 XR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만큼 향후 올레도스 디스플레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DSCC는 올레도스 시장 규모가 2027년에는 2022년과 비교해 10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레도스(마이크로 올레드)는 비전프로에서 판매가격의 20%,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라며 “올레도스가 중요한 이유는 XR기기의 경우 스마트폰과 달리 가시거리가 매우 짧아 눈에 가까이 있어 높은 화소 밀도가 몰입감을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