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이 2일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 '에이뷰(A VIEA)' 쇼룸에서 친환경 스페셜티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
[비즈니스포스트]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이 신년을 맞아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소재 현장에서 첫 행보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롯데케미칼이 당면한 최대 과제인 ‘수익성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장은 고부가·친환경(그린)소재, 배터리소재, 수소사업 분야 사업 혁신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3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이 사장은 전날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장을 둘러보고 시무식을 통해 임직원에게 신년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향후 경영 방향성을 제시했는데 특히 ‘위기’보다는 ‘기회’에 집중했다.
신년사 서두에서 이 사장은 “급격한 경쟁환경의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사업환경의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화학 업황은 2022년 하반기부터 극심하게 악화했고 현재도 쉽사리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 사장은 '위기'라는 단어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사장의 신년사는 굳이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석유화학업계의 어려움을 강조하지 않은 셈이다.
2023년 롯데케미칼 신년사에서 전임인 김교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석유화학 시황이 작년 3분기 저점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것과 사뭇 다른 기조다.
이어 이 사장은 ‘변화와 도약’을 위한 전략 방향성과 중점 추진사항을 공개하며 미래 지향적 도전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사장이 강조한 키워드는 ‘혁신’으로 요약된다.
신년사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통한 육성 및 강화할 사업중심으로 전략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 사장은 올해 임직원들에게 혁신적 사업구조 개편 및 체질개선을 직접 주문했다.
혁신의 방향은 고부가·친환경(그린)소재, 배터리소재, 수소사업을 고도화하고 전략을 다듬는 것으로 향해 있다. 이들 분야에 투자 및 실행력을 높여 롯데케미칼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실히 자리 잡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부가소재로는 분리막용 폴리에틸렌(PE) 및 폴리프로필렌(PP), 태양광용 에틸렌초산비닐(EVA) 등이, 친환경소재로는 재활용 및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배터리소재에서는 동박 기업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필두로 4대 배터리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모든 분야에 걸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수소사업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생산·운송 및 저장·활용 등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을 아울러 2030년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사장이 첫 공식행보를 보인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은 이 사장의 전략방향을 잘 보여준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의왕사업장은 연구개발(R&D)센터 등을 통해 차별화한 '스페셜티' 소재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장이다.
이 사장이 강조한 혁신의 목표는 결국 수익성 확보에 맞춰졌다고 볼 수 있다.
▲ 이훈기 당시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사회 의장이 2022년 6월 바이오USA 행사에 참석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
롯데케미칼은 연간 450만 톤에 이르는 국내 화학업계 1위의 에틸렌(기초유분) 생산능력 바탕으로 중간원료, 합성수지 등을 만드는 기초소재사업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다만 기초소재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 이상일 정도로 높은 탓에 최근 찾아온 업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7천억 원대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수백억 원대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고부가·친환경소재 생산량을 확대하고 배터리소재 및 수소사업의 실적 기여도를 높이는 것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안정화에 핵심으로 꼽힌다.
기업의 대표가 신년을 맞아 시무식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이 사장이 공식적으로 첫 행보를 시작한 점은 롯데케미칼에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사장은 2020년 8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에 발탁된 뒤 조직 이름 그대로 ‘혁신’을 잘 보여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를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킨 일이다. 바이오와 헬스케어는 롯데그룹이 당시 새로 육성하는 신성장동력이었다.
신성장동력 육성에 강한 사장으로 7년 만에 수장이 바뀐 롯데케미칼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내 업황 악화에 시달렸던 석유화학 업계로 넓혀보더라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대표를 유임한 것과 비교해 롯데케미칼에만 큰 변화가 찾아온 셈이다.
석유화학 ‘빅2’로 꼽히는 롯데케미칼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그 변화가 더욱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장은 신년사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혁신과 실행을 원동력으로 지속가능성 제고와 성장을 위한 변화와 도약을 이끌어내자”고 말했다.
지난해 12월6일 롯데그룹 인사를 통해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 사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 후 공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도 맡았다.
전임 김교현 부회장은 2017년부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로, 2019년부턴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로 사업을 이끌어왔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