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 연기금 운용사가 중동지역 기업들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아메리카 지사. <사우디 아람코> |
[비즈니스포스트]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가 기후대책 미흡과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일부 중동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를 중단한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노르웨이 연기금 운용사 KLP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를 포함한 걸프만 일대 12개 회사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KLP는 공식성명을 통해 아람코 투자대상 제외 사유로 ‘기후대응 부족과 에너지 전환 계획 미비’를 짚었다.
국제통계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는 2021년 기준 7900만 이산화탄소환산톤(CO2eq)을 배출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다. 같은 기간 한국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10%가 넘는다.
아람코는 8월 국제연합(UN)으로부터 "(아람코의) 탄소중립 추진 계획은 2015년 파리협정 합의를 위배하고 저해할 수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는 경고 서한을 받기도 했다.
비영리단체 카본트래커가 9월 내놓은 보고서 따르면 아람코는 세계 화석연료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화석연료 감축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 등 각종 기후목표를 고려했을 때 화석연료 기업들 가운데 기후대책 마련 순위에서 제일 아래에 위치했다.
10월에는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가 런던에서 열린 에너지 정보 포럼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은 화석연료 퇴출이 아닌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환경단체의 규탄을 받기도 했다.
아람코 외 11개 회사는 ‘인권 침해 가능성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는 사유로 KLP의 투자대상에서 제외됐다.
KLP 발표에 따르면 에미리트 텔레콤, 사우디 텔레콤 등 통신회사 6곳은 인공지능 발전을 악용한 검열과 감시 등 국민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마르사와 알다르사 등 부동산 회사 5곳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인권 침해를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KLP는 이번 발표와 함께 이들 회사에 보유한 1500만 달러(약 193억 원) 상당 주식을 처분했다. KLP는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로 보유한 자산만 700억 달러(약 90조 원)가 넘는다.
KLP는 “투자 제외 대상에 오르지 않은 기업들에 관해선 발전과 진행 상황을 살피면서 주체의식을 가지고 운영에 개입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