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의 지분확보를 발판으로 전장부품 등 자동차사업에 손을 뻗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장부품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국내업체들이 자본력을 앞세운 홍하이의 공격적 진출로 강력한 경쟁자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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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홍하이그룹이 스마트폰시장 둔화에 대응해 자동차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전기차사업 등에 투자를 점점 늘리며 공세를 이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하이는 1억2천 달러의 금액을 투자해 디디의 지분을 일부 확보했다. 디디는 최근 애플로부터 1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우버 중국법인을 인수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홍하이는 폭스콘 생산공장을 통해 애플의 아이폰을 가장 많이 위탁생산하는 업체로 이번 지분확보가 애플의 전기차사업 진출계획과 관련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디디 대변인은 “홍하이그룹과 이번 투자를 계기로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디는 애플과 홍하이를 포함해 우버와 중국 텐센트,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대형업체의 투자를 받으며 향후 차량공유서비스를 넘어 전기차분야에서 중요한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는 관측을 받고 있다.
홍하이는 이전에도 텐센트와 협력해 중국 전기차 신생기업 퓨처모빌리티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는 등 자동차 관련 사업에 진출할 채비를 꾸준히 갖추고 있다.
홍하이는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할 정도의 생산기술과 부품기술력을 갖춘 만큼 장기적으로 자동차용 전장부품 분야에 진출을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홍하이그룹에 인수된 일본 샤프 역시 2018년까지 올레드 디스플레이와 전장부품에 이어 로봇과 태양광에너지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며 사업구조를 바꿔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홍하이의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이노룩스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16%의 점유율로 재팬디스플레이에 이어 2위, 샤프는 13%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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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프의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
홍하이가 전장부품사업 확대를 가속화할 경우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고객사를 기반으로 강력한 경쟁업체로 떠오를 가능성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사조직인 전장사업팀을 꾸리고 전장부품분야에 진출계획을 공식화했다. LG전자 역시 VC사업부문에서 전장부품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각 계열사도 스마트폰 등 기존 주력부품의 수요둔화에 대응해 전장부품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시장확대를 노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내년까지 이노룩스와 샤프를 뛰어넘고 자동차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홍하이그룹이 전장부품분야에 공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아직 사업을 막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국내 전자업체들이 점유율 확보에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홍하이그룹은 디디의 지분확보가 향후 부품사업에서 다양한 성장기회를 노리는 것이라고 밝혔다”며 “자동차분야에서 시장확대를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