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3-12-27 15: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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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금융지주가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해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지주가 부회장직을 없애고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하면서 차기 회장 승계구도에 어떤 변화가 전개될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금융당국이 주문해왔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준수하면서 '능력 중심'의 인사가 중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2024년 1월1일부터 부회장 직제를 폐지한다.
하나금융의 부회장 제도는 2008년 도입된 뒤 15년 동안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이어져왔다.
함 회장은 물론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부회장을 거쳐 회장이 됐다.
▲ 하나금융지주가 부회장 직제를 폐지하면서 회장 승계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부회장 제도는 승계구도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부회장들이 지주에서 다양한 부문을 맡게 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회장 후보군에게 필요한 역량을 쌓는 기회가 됐다.
이에 따라 지주 내·외부에서 점차 부회장을 현 회장의 후계구도를 확립하기 위한 자리로 바라보는 시선이 커졌다.
특히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가는 무렵에는 승계구도 관점에서 부회장들에게 더 큰 무게가 실렸다. 다음 회장 후보에 1순위로 꼽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금융은 다음 회장 선임절차까지 남은 시간이 1년가량으로 여유가 없는 가운데서도 부회장직 폐지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수립하며 금융권에 공정한 CEO 선임 절차를 요구한데 더해 부회장 제도가 폐쇄적 선임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도 유지가 부담이 됐을 것으로 바라봤다.
다만 하나금융이 ‘계급장’이 아니라 성과와 능력에 따라 공정한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기존 부회장 3인 가운데 이은형,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부문 임원으로 기존에 담당하던 부문을 맡아 다른 부문 임원들과 함께 성과 기반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부문 임원을 맡지 않는다.
물론 부회장직의 폐지를 두고 금융당국이 어떤 평가를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10월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두고 “KB금융이 지금까지 해왔던 사례나 다른 대상(지주사)과 비교할 때 잘하려고 노력했다고 할 수 있지만 절대적 기준에서는 괜찮다고 할 수 없다”며 “이미 대상을 다 확정한 뒤 기준과 방식을 정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합리적으로 투명했느냐에 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불편한 상황이 있다면 그에 관한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부회장 직제가 사라지면서 부문 임원제도가 도입되면 새로운 인물들에게도 남은 시간동안 경영승계 프로그램 참여 등 충분한 기회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에 부문 임원에 새로 선임된 이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먼저 박종무 하나금융 그룹재무총괄(CFO) 상무가 그룹재무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박 상무는 하나금융 재무부문 임원 가운데 은행과 증권을 거친 유일한 인물로 꼽힌다.
▲ (왼쪽부터)박종무 하나금융지주 그룹재무총괄, 고영렬 하나은행 글로벌사업본부장.
1967년생으로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보람은행으로 입행한 뒤 하나은행에서 경영관리부, 재무기획부 팀장을 지냈으며 하나증권에서는 경영관리그룹장을 역임했다.
고영렬 하나은행 글로벌사업본부장은 하나금융 미래성장전략부문 겸 그룹글로벌부문소속 부사장을 맡는다.
고 본부장은 하나은행의 강점인 외환부문부터 지주설립기획, 글로벌전략, 영업까지 다방면에서 역량을 쌓았다.
1968년생으로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재무관리학 학사를 취득했으며 하나은행 행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외환업무부, 투자개발팀, 전략기획부 등을 거쳤다.
하나금융지주설립 업무에 참여한 이후 지주로 이동해 글로벌전략팀에서 일했다. 2017년 하나은행으로 돌아간 뒤에는 영업2부 지점장,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