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도의회가 12월15일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충남도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다.
충남도의회는 15일 열린 본회의에서 박정식 국민의힘 충남도의원이 대표발의한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 폐지 조례안’을 심의해 재석 인원 44명 가운데 찬성 31표, 반대 13표로 가결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치법규로 부당한 차별과 체벌을 금지하고 사생활과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교사들의 교권이 추락한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꼽는 시각이 여권을 중심으로 번지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023년 7월24일 교원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급격하게 추락했으며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것이 곤란하고 학생 간 사소한 다툼 해결도 나서기 어려워지는 등 교사의 적극적 생활지도가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충남도의원들은 정부·여당의 시각에 동조해 학생인권조례가 성적지향과 정체성, 임신·출산과 관련해 잘못된 인권 개념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학생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며 폐지를 추진해왔다.
충남교육청은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충남교육청은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헌법, 법률 등에서 규정한 평등권 및 비차별 원칙에 어긋난다”며 “단순히 조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차별과 폭력이 없는 인권친화적 학교의 교육적 가치가 후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정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조례를 폐지하면서 당사자인 학생을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의결이 이뤄진 것은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 훼손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충남교육청은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충남교육청이 도의회에 조례 폐지안과 관련한 재의요구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조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하면 의장은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교육감에게 전달해야 하며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이를 공포해야 한다. 다만 도의회 의결이 법령을 위반했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되면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재의를 요구받은 도의회는 의결사항을 다시 투표에 부쳐야 한다. 의결사항이 확정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교육감은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