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스퀘어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이원화하는 조직개편을 진행하면서 투자 수익실현 측면에서 송재승 CIO트랜스포메이션 부사장의 역할이 강화됐다.
송재승 부사장은 SK스퀘어의 비반도체 투자부문을 전담하는 만큼 11번가를 비롯해 SK스퀘어의 투자자산 지분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송재승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 부사장이 투자 수익 실현을 짊어지게 됐다. |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가 2024년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조직에 변화를 준 것을 두고 최근 다소 지지부진했던 엑시트(투자금 회수) 결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새 책임자를 세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K스퀘어는 기존 CIO인 하영일 부사장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신성장사업에 투자하는 조직 ‘CIO그로스’를 책임지고 자산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가치 증대를 담당하는 'CIO 트랜스포메이션'은 송재승 부사장이 맡게 된다.
즉 앞으로 자회사 11번가 지분매각, 콘텐츠웨이브와 티빙 합병, 향후 원스토어와 티맵모빌리티의 투자 수익실현 모두 송재승 부사장이 전담하게 되는 것이다.
송 부사장은 1979년생으로 SK그룹 부사장단에서도 젊은 축에 속한다.
2005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2010년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에 입사하며 투자전문가로서 경력을 시작했다. SK스퀘어에서 함께 손발을 맞추고 있는 하형일 부사장도 맥쿼리 출신이다.
송 부사장은 도이치증권, 골드만삭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등을 거쳐 2018년 SK그룹에 합류했다.
송 부사장은 올해 초 발렌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 EQT파트너스와 SK쉴더스 매각 거래를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송 부사장은 SK쉴더스의 2대 주주였던 맥쿼리자산운용 지분을 EQT파트너스가 인수하는 과정을 조율하는 작업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는 당시 원활한 지분매각을 위해 SK쉴더스 매각대금 8646억 가운데 4500억 원을 EQT파트너스에 2년 동안 7%의 이율로 빌려주는 등 금융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SK스퀘어가 당초 추진했던 자회사 원스토어와 11번가의 상장과 지분매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해진 기간 내에 11번가 상장과 매각에 실패하고 11번가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 18.18%에 대해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송 부사장의 첫 번째 과제는 11번가 지분 매각이다.
▲ SK스퀘어 본사 T타워 전경 이미지. < SK스퀘어 > |
당초에는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재무적투자자인 나일홀딩스가 드래그얼롱(동반 매도 청구권)을 통해 자신들의 11번가 지분과 함께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강제매각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나일홀딩스는 SK스퀘어와 함께 11번가를 공동 매각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강제매각 형태보다는 SK스퀘어로부터 협조를 받는 편이 매각을 위한 자료 공유나 실사 등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스퀘어와 나일홀딩스는 현재 아마존, 알리바바 등 11번가 인수 후보자들과 접촉해 조율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스퀘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11번가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려면 SK스퀘어와 재무적투자자들이 협력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잠재적인 매수 후보자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송 부사장은 콘텐츠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원스토어와 티맵모빌리티 수익실현 등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가 지분 40.5%를 보유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콘텐츠웨이브는 5일 CJENM의 티빙과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다만 콘텐츠웨이브는 SK스퀘어를 비롯해 SBS, MBC, KBS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또 티빙 측과도 합병 비율에서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송 부사장은 내비케이션 애플리케이션 ‘T맵’을 운영하는 티맵모빌리티 지분 매각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는 티맵모빌리티 지분 60.1%를 보유하고 있는데 당초 2025년까지 연매출 6천억 원을 내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티맵모빌리티는 2023년 3분기 248억 순손실을 내는 등 아직 수익성 개선이 더뎌 원스토어나 11번가처럼 상장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장하는 것보다 지분을 매각하는 편이 더 확실하게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SK스퀘어가 투자한 기업이 워낙 많다보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조직을 나눠 업무를 분담할 필요가 있었다”며 “투자 관리 전문성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