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김 부회장과 정 대표에게 체질 개선 노력에 더해 가시적 성과까지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이날 실시한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쇼핑의 외부 출신 핵심 인재의 계약 기간을 연장한 것은 이들이 초점을 둔 조직 문화 변화 노력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날 인사에서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등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모두 쇄신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롯데쇼핑도 외부 인재를 주요 대상으로 인사 칼바람이 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를 비껴간 것이다.
김상현 부회장은 2021년 11월 롯데쇼핑 유통군HQ 총괄대표에 선임된 뒤 롯데를 ‘유통 1번지’로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체질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임직원들과 자주 온오프라인으로 소통하면서 고객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볼 것을 주문하며 ‘혁신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장 필요한 때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9월에는 ‘롯데쇼핑 CEO(최고경영자) IR(기업설명회) 데이’ 행사에 직접 등장해 회사의 비전을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6대 핵심 전략도 공개했다.
롯데쇼핑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온라인 그로서리(식료품)’를 점찍고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게 된 것도 김 부회장 덕분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인 오카도스마트플랫폼을 적용한 최첨단 자동화 물류센터를 전국에 6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워보겠다는 의미로 읽혔는데 5일 첫 번째 고객풀필먼트센터(CFC)를 부산에서 착공하면서 투자 여정을 본격화했다.
김 부회장의 노력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유통업계에 적지 않았다. 롯데쇼핑이 투자하기로 한 최첨단 물류센터는 2030년까지 투자가 예정돼 있는데 급변하는 유통업계의 흐름을 볼 때 다소 한가한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동안 변화가 없었던 롯데쇼핑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이 김 부회장에게 기회를 더 주기로 한 것도 이런 평가 덕분일 수 있다.
롯데백화점의 수장인 정준호 대표에 대해서는 직급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한 단계 높였다. 지난 2년 동안 롯데백화점을 이끌며 보인 공로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롯데백화점의 올해 실적은 썩 좋지 않다. 1~3분기에 매출 2조3720억 원, 영업이익 2680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6.7%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3조2320억 원, 영업이익 4980억 원을 내며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매출 3조 원대를 회복했다는 점, 롯데백화점의 핵심 점포인 서울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이 높은 성장세를 보여줬다는 점 등을 감안한 인사로 보인다.
정 대표는 롯데그룹의 라이벌인 신세계그룹 출신 인물로 2021년 11월 인사에서 롯데백화점 수장에 발탁됐다. 롯데쇼핑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롯데백화점의 방향키를 경쟁그룹 출신 인물이 쥐었다는 점에서 내부 충격도 적지 않았지만 그만큼 신 회장의 변화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 대표 취임 초기 사내게시판을 통해 “서울 잠실점과 강남점의 고급화를 통해 롯데백화점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는 다른 고급스러움을 넘어선 세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1등 백화점을 강남에서 만들겠다”며 주요 8대 매장을 중심으로 고급화 작업을 추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