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수출국기구 감산 기조가 내년에 바뀔 가능성이 대두된다. 사진은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내년까지 이어가기로 결의된 산유국들의 감산 결의가 실제로 명시된 만큼 이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도 지난주에 이어 합산 기준으로 약 4%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며 이러한 시장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내 회원국들의 감산을 향한 견해 차이, 비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5일 국내외 증권업계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감산 결정이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레 한센 삭소은행 수요 전략 총괄은 5일(현지시각) 석유수요전문분석업체 오일프라이스를 통해 “일부 산유국들만이 감산 결의를 지지하는 상황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가 집단 차원에서 합의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향후 원유 수요가 높아질수록 이번 결정은 굉장히 많은 난관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삭소은행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가 있으며 2022년 기준 180개국에 고객사를 보유한 투자은행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리포트를 통해 “100만 배럴 규모 감산(사우디)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감산을 향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회의에서 사우디는 추가 감산을 시행하지 않았고 앙골라는 자발적 감산에 반발해 기존 생산 계획 118만 배럴을 준수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30일(현지시각)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는 장관급 회의를 통해 2024년 1분기까지 일일 생산량 기준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단행하기로 결의했다.
이 가운데 130만 배럴은 감산을 이미 이어오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100만 배럴과 러시아의 30만 배럴을 포함한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감산 분량은 아랍에미리트와 이라크 등을 아우르는 90만 배럴로 제한됐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 가운데 앙골라, 나이지리아, 콩고 등은 이번 감산 결정에 동참하지 않았다.
특히 앙골라는 자발적 감산에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2022년 기준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앙골라는 국내 총생산의 15%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감산시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에스테바오 페드로 앙골라측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 대사는 3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석유수출국기구에서 정해준 것보다 많은 원유를 생산할 것”이라며 “석유수출국기구는 우리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장관급 회의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에 가입하게 된 브라질도 자발적 감산에는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라질은 오히려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경영 정상화에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약 1020억 달러(약 133조 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페트로브라스는 현재 일간 300만 배럴 규모인 생산량을 540만 배럴까지 240만 배럴 더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생산량이 현재보다 80% 증가하는 셈이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 내에서 감산에 동참하기로 한 국가들도 이미 자발적 감산 규모를 제각각 어기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이들의 단합력이 저해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10월 집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는 석유수출국기구에서 정한 일간 307만 배럴을 넘어 325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와 쿠웨이트도 각각 438만 배럴과 257만 배럴로 정했던 할당량을 넘겨 422만 배럴과 254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에 속하지 않은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것도 감산의 효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2021년 9월 빈에 위치한 국제원자력기구 본부에서 만난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왼쪽)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오른쪽). <위키미디아 커먼스> |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서 집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9월 기준 8월보다 22만4천 배럴 늘어 1324만 배럴을 달성했다.
세계 2위 산유국인 사우디가 올해 상반기부터 약 10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단행하며 900만 배럴 대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된다.
감산에 동참하지 않은 회원국들과 영국과 노르웨이 등 산유국들의 생산량 증대를 감안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향후 감산을 지속할 가능성은 계속해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업 ING는 4월(현지시각) 리토프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 회의는 향후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시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며 “새로운 감산 결정 이행 여부를 향한 부정적 시각은 향후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상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도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은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감산은 당연히 2024년 1분기를 넘어서 연장될 수 있다"며 "나는 22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이 충분히 성실히 이행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