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12-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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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서 부모로부터 결혼자금을 지원받을 때 증여세를 면제하는 금액을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결혼자금 증여세 면제 확대는 기획재정부(기재부)가 9월에 제출한 ‘2023년도 세법개정안’에 담겼지만 ‘부자감세’라는 야권의 지적이 나와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 11월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논의를 검토하면서 증여세 면제 확대 대상에 ‘출산’을 포함했다. 향후 정책 효과를 향한 기대도 고개를 든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자녀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를 현행 5천만 원에서 1억5천만 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이 기재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의결된 개정안에 따라 2024년부터는 자녀의 혼인 전후로 결혼자금을 지원할 때는 물론 자녀의 출산 뒤 재산을 넘겨줘도 최대 1억5천만 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정부는 애초 부모가 자녀 결혼 전후 2년씩 4년 동안 증여한 재산 1억 원에 대해 세금을 걷지 않는 ‘혼인 증여공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행 기본공제 5천만 원에 신설되는 공제액 1억 원을 더하면 세금을 매기지 않는 증여 재산은 1억5천만 원이 된다. 부부 양가로부터 지원받으면 총 3억 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 기재위 논의과정에서 증여 재산 공제 대상으로 ‘출산’을 추가했다. 출산 시에도 증여세 공제를 최대 1억5천만 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도 증여세 공제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출산 증여공제는 아이를 출산한 사람의 부모, 즉 엄마의 부모에만 해당된다.
여야는 ‘혼인 증여공제’를 ‘혼인·출산 증여공제’로 바꾸면서 부부가 증여공제 혜택을 어떤 이유로 받을지도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
혼인일 전후 2년 이내 또는 자녀 출생일부터 2년 안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는 경우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총 공제액 범위 안에서 부부가 혼인 시, 출산 시, 혼인과 출산, 세 가지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
혼인자금 증여공제 확대에 반대하던 민주당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합의한 데에는 결혼을 하려는 젊은 세대는 물론 결혼 자녀를 지원하는 부모세대도 증여세 공제 확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분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0월31일 발간한 ‘2023년 세법개정안 분석’에 따르면 일반 국민 대상 설문에서 20~50세 미혼 성인의 56.6%가 혼인증여공제 신설에 찬성했다. 미혼 자녀를 둔 50~80세의 찬성 비율은 79.2%에 달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혼인 증여공제 확대에 합의하면서 월세 세액공제, 자녀 세액공제 등도 얻어냈다. 월세 세액공제과 자녀 세액공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과정에서 공약했던 사항이다.
월세 세액공제는 현행 급여 7천만 원 이하, 연 750만 원까지 공제 가능했던 것을 급여 8천만 원 이하·연 1천만 원까지로 범위를 넓혔다.
자녀 세액공제는 현재 첫째와 둘째 15만 원, 셋째 30 만 원 공제가 되고 있는데 첫째 15만 원, 둘째 20만 원, 셋째 30만 원으로 둘째 혜택을 강화했다.
여야는 이번 기재위 합의사항을 두고 혼인에 도움을 주고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국민의힘 소속인 류성걸 조세소위 위원장은 “부부가 전세를 얻을 때 (평균 부담이) 2억8천만 원 정도 되기 때문에 3억 원 정도면 주택 마련이 가능하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유동수 민주당 기재위 간사도 11월3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비혼 출산에 형평성을 제고하고 저출생 대응이라는 정책목표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여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증여세 공제 확대를 우려하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 장혜영 정의당 의원.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혼인 공제 신설에 관해 “최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의 무상 이전(경제 격차의 세대 간 승계)으로 그 차이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미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에 따라 결혼 축의금과 혼수용품비 등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비용은 비과세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볼 대상은 신혼집 마련을 지원해줄 수 있는 계층에 한정될 것이란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양당의 합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국회 기재위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여야 간사가 합의를 이룬 뒤 보도자료를 통해 “부자감세라며 정부안을 비난했던 민주당이 결국 전형적인 부의 대물림 법안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확대시켜 주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