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의원들이 주류와는 다른 독자적 목소리를 늘려감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 비명(비이재명계)계 의원들이 조직한 정치결사체 '원칙과 상식'이 11월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비즈니스포스트>
비명계 의원들이 앞으로 당내 세력을 결집하게 될 것인지를 놓고 이목이 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정치결사체인 ‘원칙과 상식’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심소통, 청년에게 듣는다’ 간담회를 개최했다.
원칙과 상식은 친이재명계 등 더불어민주당 주류와 대립해온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출범한 정치결사체다.
이들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과 상식은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지향한다”며 “당내 패권주의 대신 정당 민주주의를, 내로남불과 온정주의 대신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팬덤정치 대신 당심과 민심의 조화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원칙과 상식이 출범한 뒤로 처음으로 개최하는 공식 행사로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양소영 대학생 위원장 등 청년 10여 명이 참석했다.
원칙과 상식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청년들이 진단한 민주당의 현실과 혁신 의제와 관련한 청년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원칙과 상식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대외행보를 넓히며 자신들과 연대한 인사들을 찾아 나서는 일을 시작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원칙과 상식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총선 현수막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18일 ‘2030세대는 정치도 경제도 모를까요? 충격적인 당 현수막 유감’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총선기획단은 청년을 무지성한 세대로 비하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현수막 사태는 도덕성, 민주주의 비전이 상실된 민주당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재명 민주당의 청년세대에 대한 인식 능력의 결여 증거”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2030세대’를 염두에 놓고 제작한 총선 현수막 문구를 공개했다.
이 현수막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와 관련해 2030세대를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기심만 가득한 집단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며 비판이 쏟아졌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 함께 고민하고 아픔을 나눌 생각도 청년을 위한 정책도 대안도 없이 청년 무시의 의미가 담긴 이해하기 힘든 문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현수막은) 당에서 한 게 아니고 업체에서 캠페인 준비를 위해서 한 것”이라며 “업무상 실수는 맞지만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7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직선거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비명계 중진 의원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지도부에 혁신을 요구할 단계는 지났다며 탈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 의원은 15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과 국민의힘 입당 선택지까지 열어 놓았나’는 질문을 받자 “제가 민주당을 떠난다면 어느 가능성이든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의원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만나는 것으로 알려지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경진 국민의힘 혁신워원은 18일 언론 공지를 통해 21일 대전에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한국정치의 문제점과 개혁방안과 관련해 강연을 듣는 한편 혁신위원과 토론을 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 의원의 강연에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과 인 위원장이 만나는 만큼 이 의원이 본인의 탈당과 국민의힘 합류 등을 언급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연은 탈당이나 입당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국민의힘 혁신위가 잘돼야 민주당과 한국 정치에도 큰 자극이 될 테니 혁신위가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차원에서 느낀 바를 말할 것”이라며 탈당을 논의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관련해 선을 그었다.
비명계가 ‘혁신’과 ‘탈당’을 언급하며 행보를 늘려가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들의 행보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내년 4.10 총선 경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왜 하필 지금 ‘정풍운동’을 하자는 것인가”라며 “경선에서 밀릴 것 같으니까 공천 보장하라고 투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명계에 속하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 문제는 이 대표 하기 나름”이라며 “비명계와 같이 가겠다고 하면 탈당이나 이런 일이 없을 것이고 친명 일색으로 지도부를 짜고 지금 흐름으로 가면 (비명계가) 다른 결심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명계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탈당 및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상민 의원을 놓고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체성을 가지고 우리 당에서 20년간 의정활동을 하신 분인데 최근에 다른 얘기를 하신다”며 “이 의원은 지금 우리가 껴안을 수 없을 정도로 루비콘강을 건너버렸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비명과 친명의 편 가르기 갈등을 멈추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재 민주당의 원칙과 상식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서민경제를 총체적으로 파탄 내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직까지 원칙과 상식 출범 등 비명계가 행보를 늘려가는 것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과 상식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