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BGF 홍정국 대표이사 사장이 BGF 부회장 겸 BGF리테일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승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편의점 매출 1위 달성’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경영 승계에도 힘이 더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GF그룹은 2일 이사회를 열고 최고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홍 부회장이 그룹 주력 계열사 BGF리테일의 경영자 직책을 처음으로 맡게 됐다.
▲ 홍정국 BGF 대표이사 부회장 겸 BGF리테일 부회장이 편의점 매출 1위 달성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BGF그룹의 인사에 대해 홍 부회장이 GS25의 매출을 넘어서라는 미션을 부여받은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BGF가 운용하는 편의점 CU의 경우 매장수로는 3년 넘게 부동의 1위지만 여전히 매출면에선 경쟁사인 GS25에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홍정국 부회장은
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입사한지 10년 만에 부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BGF 대표이사와 BGF리테일 부회장을 겸직한다.
홍정국 부회장이 BGF리테일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BGF리테일에서 전략기획본부장, 경영혁신실장, 전략혁신부문장, 경영전략부문장 등을 거쳤다.
BGF그룹 핵심은 BGF리테일이다. BGF그룹의 매출의 95% 가량이 BGF리테일에서 발생한다.
BGF리테일은 2017년 11월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부문인 BGF와 사업부문인 BGF리테일로 나눴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BGF는 4350억 원, BGF리테일은 7조6158억 원의 매출을 각각 거뒀다. 영업이익은 BGF 612억 원, BGF리테일은 2524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홍정국 부회장의 시급한 과제는 편의점 CU를 편의점업계 매출 1위로 만들어 명실상부한 업계 1위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다.
영업이익과 매장 수는 이미 CU가 편의점업계 1위다. CU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6787개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GS25 매장 수 보다 339개가 더 많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매장 수 1위에 올라선 이후로 3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매출면에서는 GS25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2022년 기준 CU의 매출은 6조6030억 원, GS25의 매출은 6조8187억 원이다. 매장 수가 많으면 매출에 유리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지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승진을 통해 ‘2세 경영’ 시계는 빨라졌지만 홍정국 부회장이 BGF리테일에서 성과를 내야 경영 승계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석조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홍정국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홍석조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건준 전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이 4년 만에 BGF리테일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사장은 BGF리테일 고문으로 위촉됐다. 경영진을 도와 경영 전반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민승배 BGF리테일 영업·개발부문 부문장이 내정됐다. 28년 동안 ‘BGF맨’으로 일한 ‘편의점 전문가’다. 1971년생으로 이 사장보다 7살이 젊다.
홍석조 회장이 본인의 신임이 두터운 이 사장은 고문으로 돌리고 젊은 민 대표를 자리에 앉히면서 홍정국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읽힌다.
편의점 고객층이 젊어지고 상황에서 1982년생인 홍정국 부회장과 1971년생인 민 대표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홍석조 회장의 포석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내부에서도 CU가 더 젊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업계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트렌드를 선도하는 위치까지 올라왔다”며 “민 대표가 편의점업계에 오래 몸담았고 아직 젊기 때문에 트렌드를 읽는 데 있어서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조 회장이 언제쯤 2세 경영을 결정할지도 관심사다.
홍석조 회장은 2022년 12월 자신이 53.54%를 보유하고 있던 BGF 주식을 두 아들에게 매각하며 BGF 지배구조에 변화를 줬다.
현재 BGF리테일의 최대 주주는 BGF로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홍석조 회장이 7.36% 지분을 가지고 있다.
홍석조 회장의 차남인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이 BGF리테일 주식 0.08%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말 가지고 있던 주식 전부를 매각했다. BGF리테일 지분 관계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다.
홍정혁 대표는 BGF리테일 주식을 처분한 지난해 12월1일
홍석조 회장으로부터 BGF 주식 1005만812주(10.50%)를 사들였다.
홍석조 회장은 같은 날 장남인 홍정국 부회장에게도 1002만5095주(10.44%)를 팔았다.
이에 따라 BGF 지배구조는
홍석조 회장이 32.40%, 홍정국 부회장 20.77%, 홍정혁 대표 10.50%가 됐다.
홍석조 회장이 아직 32% 넘는 주식을 보유한 BGF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홍석조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석조 회장은 1953년생이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