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열 KB부코핀은행장(왼쪽)이 25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3 BP금융포럼에서 디안 에디아나 레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은행감독담당청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27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만난 이우열 KB부코핀은행장은 현지 취재를 위해 5월 중순 인도네시아에서 만났을 때보다 한결 표정이 밝아 보였다.
KB부코핀은행은 그 사이 7천억 원 규모 추가 증자를 안정적으로 마치며 건전성을 강화했다.
8월 현지 매체가 학계와 함께 주는 권위 있는 상인 ‘GRC(지배구조 위험 준법) & 퍼포먼스엑셀런스어워드 2023’에서 상을 3개나 받은 데 이어 9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 대규모 K-팝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현지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이우열 행장도 6월 현지 경제전문매체가 선정한 ‘인도네시아 최고은행 CEO 2023’에 뽑히고 8월 GRC 시상식에서도 ‘GRC 엑셀런스 최고 CEO’ 상을 받는 등 경영능력을 대외적으로 인정 받았다.
이 행장은 “KB부코핀은행은 모든 측면에서 계속 나아지고 있다”며 “부실대출이 주는 동시에 전체 대출은 늘고, 상품은 다양해지고, 경비는 줄고, 직원들 의식은 개선되고, 영업력은 강해지고, 이에 영업점 효율성도 높아지고, 기존에 있던 부실채권 정리 과정이 한국과 달라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의 밝은 표정 안에는 이번 한국 출장 일정을 안정적으로 마쳤다는 안도감도 녹아 있었다.
이 행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비즈니스포스트 주최로 열린 ‘2023 BP금융포럼, 다시 뛰는 K-금융: 아세안시장 안착을 위한 생산적 현지화 전략’에 세션발표자로 나선 디안 에디아나 레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은행감독담당청장 일정에 맞춰 한국에 들어왔다.
디안 청장은 25일 2023 BP금융포럼에 참석한 데 이어 다음날 오전에는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을 찾아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만났다. 이우열 행장은 한국에서 디안 청장의 국민은행 관련 모든 일정에 함께했다.
디안 청장은 인도네시아 은행산업 감독을 총괄하는 고위공직자다.
디안 청장은 이번 한국 방문에 아눙 헤를리안토 EC 시중은행감독부문 부청장, 스리 꾸르니아띠 시중은행감독1실장 등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 주요 인사들과 동행했다. 이 행장에 따르면 이들 역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사들이 아니다.
이 행장은 “이번에 이들을 만나 사업 관련 이야기는 일절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들이 인도네시아 은행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만큼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현지에서 실무자들과 일을 할 때 한국에서 이들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업무 진행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 고위급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임기를 다 채우는데 디안 청장은 지난해 5년 임기를 시작했다”며 “앞으로 디안 청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 바라봤다.
이 행장은 인터뷰 내내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은 누구보다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KB부코핀은행의 정상화는 여전히 KB금융그룹 전체의 주요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직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KB부코핀은행 정상화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애정 어린 관심을 당부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퇴임을 앞두고 진행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재임 기간 가장 아쉬운 업무로 글로벌사업을 꼽으며 KB부코핀은행 정상화 과제를 후임인
양종희 후보자의 몫으로 넘기는 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KB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은행이기도 하다. KB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 몸집이 가장 큰 은행이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에 따르면 KB부코핀은행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K-은행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이른다.
이 행장은 당장의 성과에 초조할 법도 한 데 해외사업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묵묵하게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내년, 후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5년, 10년 뒤를 바라보는 큰 그림을 바탕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이우열 행장을 비롯한 KB부코핀은행 일행이 25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3 BP금융포럼'에서 디안 청장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도디 위드자잔토 KB부코핀은행 리스크컴플라이언스그룹 디렉터, 아띠 아말리아 KB부코핀은행 매니저, 이 행장, 헝 보마카라 캄보디아중앙은행 부국장, 디안 청장. <비즈니스포스트> |
이 행장이 현재 가장 힘주는 사업은 내년 상반기 마무리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IT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다.
이 행장은 차세대 IT시스템이 구축되면 디지털금융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현지 영업과 서비스 경쟁력 전반이 한 단계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차세대 IT시스템이 구축되면 현재 인도네시아에 도입돼 있지 않은 고객 등급별 서비스와 마일리지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고 여신과 수신 상품 서비스 속도도 더욱 빨라지게 된다.
이 행장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일처리가 느린 것 같지만 자신과 관련된 일을 할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며 “금융서비스 속도가 곧 경쟁력인 셈인데 차세대 IT시스템을 통해 스타뱅킹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앱으로 만들면 비금리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부코핀은행에 차세대 IT시스템을 심는 과정에서 이 행장의 과거 한국에서 경험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행장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KB금융지주 IT사업을 이끄는 지주 IT총괄(CITO)과 KB국민은행 IT그룹 부행장을 겸직하며 차세대 전산(IT)시스템을 구축하는 ‘더 케이(The K)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행장은 “현재 인도네시아 IT시스템 구축사업이 더 케이 프로젝트 때보다 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인허가 쪽에서 갑작스러운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애초 계획한 대로 내년 상반기 즈음에는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KB부코핀은행의 흑자 전환 시기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행장은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에 보고한 수익성 계획은 있지만 그 시기를 특정해 말할 순 없다”며 “맞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으니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디안 청장은 ‘2023 BP금융포럼’을 준비하며 비즈니스포스트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KB부코핀은행의 정상화 시기를 묻는 질문에 “KB부코핀 경영진은 2024년 말까지 낙관적 전망을 바탕으로, 특히 수익성 측면에서 재무성과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양종희 후보자의 지원 사격도 이 행장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양종희 후보자의 선임 이후 당부 말씀이 없었냐는 질문에 웃으며 “최선을 다해 정상화를 지원하고 취임하고 빠른 시일 내에 인도네시아에 한번 방문하겠다며 힘을 실어주셨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빈 종이에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가며 우리와 다른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문화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KB부코핀은행의 앞으로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나라다. 어떤 부분은 우리보다 분명 느린데 어떤 부분은 우리보다 빠르다. 이런 공존이 지역, 종교, 사람마다 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이곳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날 오후 2박3일의 짧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KB부코핀은행을 오래 비워둘 수 없어 디안 청장 일정에 맞춰서 한국 방문을 일정을 빠듯하게 짠 듯했다.
이 행장은 헤어지면서도 KB부코핀은행의 성장을 잘 지켜봐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중국과 일본 대신 한국의 투자를 원하고 있다. 동시에 K-문화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한국을 매우 좋아하고 있다. 기회다. KB부코핀은행도 이런 인도네시아의 문화적 특성에 맞춰 5년 뒤 10년 뒤를 바라보고 20~30대 젊은층, 여성, 자영업자 등 주요 미래 소비층을 중심에 두고 성공 전략을 짜고 있다. 앞으로 KB부코핀은행의 성장을 지켜봐 달라.”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