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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정부여당의 '홍범도 지우기' 논란, 여권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2023-10-25 15: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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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정부여당의 '홍범도 지우기' 논란, 여권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사진 왼쪽)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25일 오전 대전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순국 제80주기 추모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전히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국민의힘은 홍범도 장군 논란에 맞서 정부의 태도를 적극 옹호하고 있으나 계속 '이념 전쟁'을 끌고 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범도 흉상 이전을 결정한 육사가 끝내 교내 독립전쟁 영웅실도 철거하고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공간도 다른 용도로 바꾼다”며 “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늘 옳다고 말하는데 정부여당은 말 따로 행동 따로”라고 지적했다.

이날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는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홍범도 장군 순국 제80주기 기념행사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도 홍범도 흉상 철거 문제로 정부여당과 야당이 부딪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추모사에서 “봉오동, 청산리 전투의 승전은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 됐다”며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 예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곧바로 정부여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우 의원은 박 장관 앞에서 “홍 장군이 흉상 철거 논란으로 고국 땅에서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1호 군인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있어야 할 곳은 우리 육군의 장성을 키워내는 육사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올해 국방부 국정감사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육군사관학교가 흉상 이전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념 논쟁을 멈추고 육사 내 홍범도 흉상 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흉상 설치가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맞섰다.

윤후덕 의원은 23일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을 향해 “(여론조사에서) 홍 장군 흉상을 이전하지 말라는 답변이 63.7%”라며 “국민이 늘 옳다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따라 홍 장군 흉상 철거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성일종 국민의힘과 질의 과정에서 홍범도 장군이 ‘대적관’(군이 적을 바로 인식하도록 지도하는 정신교육)을 흐리게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계속되는 정부여당의 '홍범도 지우기' 논란, 여권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1023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육군총장이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독립영웅을 부정하며 일제에 항거한 역사를 지우는 것이 옳은가”라고 추궁하자 박 총장은 “육사의 설립 취지와 목적은 광복운동, 항일운동 학교가 아니다”라고 답했고 이에 안 의원은 “총장 정신 차려”라며 꾸짖었다.

24일 실시된 해군본부 국감에서도 홍범도 장군 관련 논란이 거론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에게 해군의 '홍범도함' 명칭을 유지할 것이냐고 질문했고 이에 이 총장은 "함명 변경 계획이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육사는 홍범도, 김좌진, 이회영 등 독립운동가들을 기린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돼 이념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육사는 최근 홍범도·김좌진 장군 등 독립영웅을 기린 충무관 내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에 착수했다. 육사는 독립전쟁 영웅실을 임진왜란, 6·25전쟁, 베트남 파병 등 ‘국난 극복사 학습실’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의원 시절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장했던 점은 정부여당의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신 장관은 지난해 국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육군사관학교 교장이 현 국방부 장관인 신원식 의원실을 방문한 뒤 본래 검토되던 홍범도 장군 흉상의 육사 교내 재배치를 뒤집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흉상 철거의 배후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도 여전히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는 물론 육사 안에 독립영웅을 기리는 데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23일 국감에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육사 내 독립군·광복군 흉상이 1개월 만에 설치됐고 절차적 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며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육사 졸업식 참석에 맞춰 흉상을 제작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성일종 의원은 홍범도 장군이 육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규백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감 답변을 보니 육군사관학교는 장병들의 대적관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흉상 이전 방침을 철회할 뜻이 없어 보인다”며 “독립전쟁 영웅실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의 연장선상으로 추진되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다만 최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큰 격차로 패한 데에는 민생과 동떨어진 이념 논쟁도 한 몫 했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도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이력을 공격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떠오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부여당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과 관련해 “홍범도 흉상 갖다 치우자는 걸 하고도 (국민의힘) 찍어줄 사람들을 의석으로 환산하면 80석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범도는 빨갱이, 공산주의자', '북한으로 보내라'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전 국민의힘 서울 노원을 당협위원장 사진을 올리고 “반성하지 않고 무슨 선거를 치르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자신이 만든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이 전 대표가 올린 사진을 두고 “정신 나간 짓”이라고 비난했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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