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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대표는 최근 끊임없이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기둥이었던 리니지 3형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인공지능을 엔씨소프트가 부진을 탈출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로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부진 탈출을 위한 다른 요소들과는 조금 ‘급수’가 다르다. 바로 엔씨소프트가,
김택진 대표가 '게임'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관련된, 좀 더 고차원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택진 대표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은 기업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며 “게임 산업에서는 그 변화 속도가 훨씬 크지만 엔씨소프트는 10년 넘게 AI를 준비해왔고 나름의 챗GPT 같은 AI를 학습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안으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공개한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저번 영상에서 엔씨소프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TL과 엔씨소프트의 이미지 개선을 노려볼 수 있는 프로젝트M 등의 새로운 게임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천천히 살펴본다면 인공지능 이야기는 이 두 가지 방안과 매우 이질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의 두 가지는 어떻게 보면 중기적으로 단기적으로 엔씨소프트가 반등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인공지능은 앞으로 엔씨소프트의 게임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매우 원대하고 커다란 담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김택진 대표는 이렇게 인공지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
김택진 대표는 과연 왜 인공지능이 게임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김택진 대표가 어떤 식으로 게임을 대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김택진 대표를 대표하는 게임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리니지'다. 김 대표가 리니지를 만들면서 계속해서 생각했던 원칙은 바로 현실세계의 냉혹함을 그대로 게임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실제로
김택진 대표와 함께 리니지를 개발했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리니지를 두고 “현실세계를 그대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개발된 게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택진 대표가 사회적으로는 게임이 범죄의 씨앗이라는 오해를 받아가면서, 또 유저들에게는 지나친 현질 유도라는 비판을 들어가면서도 게임 내의 '무제한 PK'를 그렇게 중시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현실세계는 일견 법과 정의에 의해 수호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리니지는 끊임없이 유저들 사이의 반목을 조장하고 여기에서 경쟁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리니지가 완벽하게 현실세계를 구현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굉장히 커다란 허점이 있다. 바로 유저들이 아닌 NPC(Non Player Character)들은 모두 '죽어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세계를 만들어봤자, 그 세계를 구성하는 NPC들이 생동감있게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건 현실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했다고 할 수 없다.
결국
김택진 대표가 인공지능이 게임의 미래라고 보는 이유는, 인공지능만이 본질적으로 게임을 현실과 가장 닮게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 기술 중에서도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특히 힘쓰고 있는 것도 이를 위해서로 보인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연구개발(R&D) 조직이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챗 GPT와 같은 언어 모델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작하고 인터랙티브 게임에서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내의 캐릭터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유저와 소통하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어떻게보면 엔씨소프트의 목표는 ‘메타버스’와 닿아있다고 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독립해서 존재하는 또다른 세상을 말한다. 그리고 그 세상이 진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안의 캐릭터들도 단순히 프로그래밍 된 대로 정해진 반응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의 최종 목표는 게임 내부에서 마치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는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원툴’ 회사에서 벗어나 게이머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안겨줄 수 있는, 그런 마치 마법같은 경험을 선사해주는 회사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그리고 그 주인공이 엔씨소프트와
김택진 대표이기를 기대해본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