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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신 회장은 왜 현대로지스틱스를 이렇게 탐내는 것일까?
◆ 현대로지스틱스에 눈독 들이는 신동빈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려 만든 특수목적회사(SPC) 지분 35%를 1250억 원에 사들이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릭스는 지난 16일 현대그룹으로부터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9%를 6300억 원에 인수했다. 오릭스와 현대상선은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위해 SPC를 세우고 두 회사가 각각 70%와 30%의 지분을 나눠갖는 방식으로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그룹은 이번에 오릭스가 지닌 SPC 지분 중 절반을 인수하려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분투자에 성공하면 현대로지스틱스의 인수용으로 설립된 SPC 지분구조는 오릭스 35%, 롯데그룹 35%, 현대상선 30%로 바뀌게 된다.
롯데그룹은 오릭스가 나중에 현대로지스틱스 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SPC 지분을 매각할 경우 우선적으로 매입할 권리를 얻는 방안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이를 통해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택배부문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른 물류회사다. 현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년 2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돈줄’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1조3466억 원이고 영업이익도 321억 원이다.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현대로지스틱스를 오릭스에 매각했다.
신 회장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자구책으로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안을 발표했을 때도 인수를 시도했다. 당시 신 회장은 시장예상가격보다 ‘웃돈’을 얹어 현대로지스틱스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현 회장이 바랐던 금액과 신 회장의 제시가격이 500억 원 이상 차이가 나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신 회장은 지난 4월 초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 공개매각에 나섰을 때도 재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최소 3천억 원 이상을 제시한 오릭스에게 밀려 또 다시 인수에 실패했다.
◆ 신동빈은 왜 현대로지스틱스를 탐낼까
신 회장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해 롯데그룹의 택배사업부문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에서 택배사업을 맡고 있는 계열사는 롯데로지스틱스다. 롯데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매출 5030억 원에 영업이익 40억 원을 올렸다. 2012년 영업이익 80억 원보다 절반이나 줄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부터 수도권 52개 매장의 구매물품 배송서비스를 현대로지스틱스에 맡겼다. 롯데로지스틱스가 그룹 내 유통계열사에게 필요한 수요를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롯데마트가 현대로지스틱스에 내는 돈만 연간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신 회장은 현대로지스틱스를 사들여 롯데로지스틱스와 합칠 경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그룹 산하 유통계열사가 필요로 하는 택배물량을 소화하고 물류시장에서도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신 회장은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한 오산복합물류센터 운영권도 탐내는 것으로 보인다.
오산복합물류센터는 경기도 오산에 있는 연면적 20만0291㎡의 물류센터로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수도권과 가깝고 평택항에서 약 40분 거리라 중국 등 해외사업에 활용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19년까지 오산복합물류센터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운영계약이 끝나도 가장 먼저 매입협상을 할 권리도 갖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이곳에서 지난해 1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산복합물류센터 근처에 8만5600㎡ 규모의 롯데마트 전용 물류센터가 들어서 있다. 두 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물량을 갖춘 기업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롯데그룹이 인수에 성공한다면 물류시장의 희비가 크게 갈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