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를 곧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선이 몰린다.
하나금융지주에게 KDB생명은 크게 매력적 매물은 아니다. 하지만 KDB생명 매각을 추진하는 KDB산업은행은 하나금융지주의 인수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10월 KDB생명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이르면 10월 초 KDB생명 인수 여부에 대해 결론지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지주는 20일 실사 결과와 관련한 추가 질의 절차를 거친 뒤 KDB생명 인수를 놓고 최종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금융지주는 7월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8월 초부터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실사에 6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간이 더 걸렸다.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초반만 해도 완주 가능성을 점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KDB생명 인수자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하나금융지주의 결정을 내다보기가 더 어려워졌다.
당초 시장에서 나왔던 KDB생명 매각가격은 구주 가격 2천억 원에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 5천억 원을 더한 7천억 원 정도다.
산업은행은 우선 구주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구주 가격의 절반 수준인 1천억 원 초반에서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인수 뒤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도 산업은행은 2대 주주로 남아 증자에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하나금융지주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당장 지급여력비율을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으로 맞추려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 부담을 산업은행이 나누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분기 킥스(K-ICS) 기준 47.7%로 보험업법 규제 기준인 100%에도 크게 못 미친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지급여력비율도 101.7%로 규제 기준을 간신히 넘는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보험상품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다만 산업은행의 지원사격에도 하나금융지주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당장 매각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언제 KDB생명 경영이 정상화할지 장담할지 어렵다. 매각가격 외에도 돈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KDB생명은 규모에 비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자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 보완자본 규모를 줄이려면 최소 수천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 산업은행은 KDB생명 구주 가격을 낮추는 등 방안을 하나금융지주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로서는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험뿐 아니라 다른 부문 인수합병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만큼 KDB생명 인수가 이중레버리지 비율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회사 출자여력을 보여주는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분기 기준 123.2%로 금융당국의 규제수준인 130%를 밑돌지만 KDB생명을 인수하고 나면 130%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7월 낸 ‘하나금융지주, KDB생명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이중레버리지 비율 130% 이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수자금과 추가 투입자금 합계가 1조2790억 원 이내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KDB생명 인수가 하나금융지주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인수자금과 추가 투입자금 규모에 달려있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인수자금 및 추가 투입자금 규모,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고 추가로 견해를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