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9-08 14:18:56
확대축소
공유하기
▲ (사진 왼쪽부터) 윤준병, 권칠승, 기동민, 박주민, 김의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7일 국회 소통관에서 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법(특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시작 전 '1특검 4국정조사'를 추진해 강력한 대여공세를 펼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민주당은 여론지형이 유리하고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해병대 사건 특검법 발의를 최우선적으로 밀어붙여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8일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등에 관한 법률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168명 중 1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참석자 전원이 당론 채택에 동의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진실 규명을 원했던 국민들에게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검찰의 행태가 오히려 의혹과 분노를 더욱 더 키웠다"며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수사외압의 실체가 어디인지, 누구인지 반드시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1특검(해병대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4국조(서울-양평 고속도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잼버리 사태, 방송장악) 가운데 특검을 가장 먼저 추진한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에 수사 과정에서 VIP(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박정훈 대령의 진술을 보면 대통령께서 격노하고 국방부 장관한테 전화해 이렇게 하면 사단장 누가 해 먹느냐고 말씀하셨다는 것 아닌가”라며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구체적으로 직권남용이라는 불법이 드러나는 첫 번째 사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국방부와 해병대 사령부, 경북경찰청 등은 물론 대통령실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 법사위 의원들은 전날 특검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 것과 관련해 “국가안보실 고위관계자가 수사단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해병대 군사경찰이 적법하게 경찰청에 이첩한 기록을 위법하게 되돌려 받도록 했다”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외압행사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월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최근 군 검찰이 청구한 박정훈 대령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해병대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둘러싼 상황은 정부여당에 유리하지 않다.
군 검찰이 청구한 박 대령의 구속영장청구서에 해병대부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아왔다는 해병대사령관의 진술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여론도 특검 도입에 우호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토마토가 8월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병대 사건에 '외압 있었다'가 57.3%로 '없었다'(24.4%)를 두 배 이상 앞섰다. 특히 보수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과 ('외압 있었다' 47.3%, '외압 없었다' 33.8%) 60대 이상('외압 있었다' 45.8%, '외압 없었다' 31.9%)에서도 외압이 있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국민의힘은 해병대 사건의 핵심은 박정훈 대령의 '항명'이라며 특검 도입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기국회에서 특검법 통과를 두고 여야 사이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특검법이 발의된 뒤 논평에서 민주당을 향해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을 한 전대미문의 사건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대통령 외압행사 의혹’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지 그 ‘정치공작 본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특검법이 통과되기 위해 거쳐야할 첫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는 점도 민주당으로서는 입법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설령 법사위를 넘어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이 의결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특검법을 반대하거나 무산시킨다면 비판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수사외압) 관련 의혹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법의 특별검사(특검) 추천권 규정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박할 수 있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특검법에 따르면 1차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특검후보 4명을 추천하고 그 가운데 민주당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다만 수사에 대한 외압을 밝히는 특검인 만큼 대통령이 속한 교섭단체(국민의힘)은 특검 추천권을 갖지 않도록 했다.
이는 지난 2018년 5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주도로 발의된 ‘드루킹 댓글수사 특검법’과 같은 방식이다. 당시 특검법도 변협이 4명을 추천한 뒤 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이 2명을 선택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박주민 의원은 “대한변협이 4명을 추천하는 방식은 그동안 특검 임명 때 여러 번 쓰였다”며 “공정성 부분에 대해서는 여당도 문제제기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해병대 순직 사건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탄핵절차를 밟을 것이라 밝히며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