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상 씨엠엑스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 창립 20주년 기념 세미나 ‘솔루션&플랫폼’ 기술발표회에서 콘업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기존 건설방식) 개선이 아닌 디지털혁신이 필요하다.”
이기상 씨엠엑스 대표는 7일 건설산업비전포럼 기술발표회에서 건설현장 혁신의 비결은 단 하나, 방법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를 비롯한 온갖 첨단 IT기술이 나오고 있는데 건설현장은 검측서류 작성부터 발송·수신, 보관 등이 아직도 종이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 창립 20주년 기념 세미나 ‘솔루션&플랫폼’ 세션에는 공사검측, 설계도면의 디지털전환부터 드론을 활용한 건설데이터 솔루션기업까지 다양한 분야 콘테크(건설+기술)기업들이 발표에 나섰다.
씨엠엑스는 공사현장 디지털 협업툴 ‘콘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설DX(디지털전환) 플랫폼 전문기업이다.
대표 서비스 콘업은 시공사와 감리자 사이 실시간 공종별 검측서, 품질·안전문서 등 그동안 현장에서 종이로 하고 있는 작업들을 모바일에서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 대표는 “최근 건설현장 가장 뜨거운 이슈인 광주 화정아이파크,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를 보면 ‘부실했던 공사관리’, ‘설계와 다르게 시공’ 등 원인이 똑같다”며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방법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방법이 와야 한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평소 ‘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마찬가지로 건설산업도 종이가 다 떨어져야 페이퍼리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벌어지는 안전, 품질관리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디지털로 넘어가야 한다고 바라봤다.
전자문서는 누구나 실시간으로 원격으로 볼 수 있다. 건설현장 검측서류 등 각종 문서도 생산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면 업무관리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측서류를 디지털화하면 지하주차장 1층 검측은 언제 했고 각 공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저도 1992년 건설 현장기사 생활을 시작해 8년을 일했는데 당시에도 스마트폰만 없었지 일하는 방식은 지금과 비슷했다”며 “발전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씨엠엑스에 따르면 콘업 솔루션은 현재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태영건설, 포스코이앤씨, 한양, 동부건설 등 건설사들과 건원엔지니어링, ITM코퍼레이션 등 건설사업관리(CM)기업들도 사용하고 있다. 콘업은 지난해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의 스마트건설기술 공모전 등에서 상도 받았다.
씨엠엑스는 올해 8월 아파트 등 건축물 마감공종에서 점검 및 보수 내용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솔루션 ‘펀치리스트’도 론칭했다.
수십, 수백 개의 협력업체 현장기사들이 카카오톡 단톡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 공간을 활용하거나 점검목록을 엑셀파일로 작성해 메일로 교환하는 등 수동식 마감점검 과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다.
이 대표는 1968년생으로 마산고등학교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양대 건축학석사, 광운대 건설법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뒤 건축사, 건축시공기술사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2009년 아키엠건축사사무소를 창업했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건설현장의 수기식 업무관행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2013년 스마트건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2016년 스마트감리 애플리케이션(앱) 아키엠을 내놓았고 2020년 아키엠을 발전시킨 콘업을 출시했다.
▲ 정욱찬 팀워크 대표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 창립 20주년 기념 세미나 ‘솔루션&플랫폼’ 기술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2021년 창업한 콘테크기업 팀워크도 건설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열쇠는 디지털전환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욱찬 팀워크 대표는 “실제 스마트건설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서 일해봤다”며 “하지만 나 혼자 현장에서 노력하면 1개의 현장, 어쩌면 10개의 현장 정도를 바꿀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건설산업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내가 살 집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서 팀워크를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팀워크는 현재 위치 기반의 디지털 설계도면을 통해 건설사업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팀뷰’를 핵심 서비스로 하고 있다.
팀뷰 서비스를 사용하면 특정 도면의 이름을 몰라도 위치로 찾을 수가 있다. 건설현장에서 원하는 도면을 쉽게, 빠르게 검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시공관리자가 현장에서 설계를 점검할 때 봐야하는 모든 도면을 겹쳐서 볼 수도 있고 설계변경 전과 후 도면을 비교해서 볼 수도 있다. 위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도면에 하자나 점검이 필요한 사항을 메모하면 메모를 한 특정 도면 뿐 아니라 그 위치가 나오는 모든 도면에서 메모내용이 공유된다.
팀워크는 2022년 롯데건설 ‘B.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 프로그램’에서 우수 스타트업으로 선정됐고 2023년 호반그룹 혁신기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GS건설, 대우건설, 호반. 태영건설, 금성백조, 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 등이 팀워크의 솔루션인 팀뷰를 활용하고 있다.
정 대표는 30대의 젊은 CEO다.
정 대표는 2010년 부천 원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청주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뒤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GS건설 스마트건설팀, 코바엔지니어링 BIM(건축정보모델링) 팀 등에서 일했다. BIM 알고리즘 개발자로 국내 건설현장에서 20개가 넘는 BIM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정 대표는 시공 중간에도 설계가 수천 번 변하는 현장에서 일하면서 도면을 디지털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작업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2020년 사표를 내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새싹’ 프로그램에 등록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공부해 2021년 팀워크를 창업했다.
정 대표는 “회사를 창업하기 전에는 건설현장에 IT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틀렸었다”며 “건설산업 디지털전환이 어려운 게 아니라 불편해서 안 썼을 뿐이고 편하면 다 쓴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장의 도구만 디지털로 바꿔 하던 업무를 그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씨엠엑스의 ‘콘업’, 팀워크의 ‘팀뷰’ 등은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들이다 보니 발표회에서는 대형 건설사부터 중소 건축사, 설계사 등 다양한 현업 관계자들의 질문들도 쏟아졌다.
콘업의 경우 시공사, 감리사, 설계사 등 현장 관계자들이 모두 플랫폼을 사용해야 효과가 클 것 같은데 현재 사례는 어떤지, 공공기관 발주 토목공사 등에서 추가공정이 많이 발생하는데 검측 내용을 추가할 수 있는지 등 질문이 나왔다.
중소규모 건축물에서 솔루션 사용 비용이 달라지는지, 실질적 서비스 비용에 관해 묻는 관계자들도 많았다.
팀워크의 ‘팀뷰’ 서비스를 두고는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앞으로 3차원 BIM 도면의 한 부분을 클릭하면 2차원 도면을 볼 수 있는 서비스 구현이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정 대표는 이에 “사실 현재 2차원 도면을 3차원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이디어를 얻어 3차원 도면을 2차원 평면도로 보는 것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플랜트부문 한 엔지니어는 “플랜트 프로젝트를 할 때 과거 도면을 많이 참고하는데 필요한 도면과 데이터를 찾기 위한 업무량이 엄청나다”며 “도면을 쉽게 검색할 수 있으면 업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 같은데 팀뷰 서비스를 플랜트 도면에도 사용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정 대표는 현재 플랜트영역에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며 팀뷰는 위치 기반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도면만 있으면 플랜트 공정에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 박원녕 엔젤스윙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 창립 20주년 기념 세미나 ‘솔루션&플랫폼’ 기술발표회에 영상발표로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날 기술발표회에는 드론 데이터 솔루션기업 엔젤스윙도 참여했다.
엔젤스윙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구성된 사우디아라비아 수주지원단 스마트건설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삼성물산, 쌍용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네이버, KT 등과 나란히 사우디 현지를 방문하는 등 국내외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날도 박원녕 엔젤스윙 대표는 해외 출장 중이어서 영상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박 대표는 “건설현장은 작업계획만 잘 세워도 많은 효율을 낼 수 있는데 현장을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잘 없다”며 “엔젤스윙은 이런 문제를 드론으로 풀고 있다”고 말했다.
엔젤스윙은 무인항공기, 드론을 띄워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설현장 시공관리, 안전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콘테크기업이다. 드론으로 촬영, 측량해 만든 지도 등으로 실제 건설현장을 그대로 가상에서 구현해 시공관리를 도와준다.
이 밖에도 건설사들은 엔젤스윙의 드론 솔루션으로 현장에 직접 인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웹에서 쉽고 빠르게 현장 토사량을 정확히 측량하고 반입, 반출 토사량 등 현장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엔젤스윙이 제공하는 드론 촬영 데이터가 건설현장 작업기록과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문제를 파악하고 책임소재를 분별하는 데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관리의 영역이지만 현장에서 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엔젤스윙 서비스를 사용하는 건설사 등은 현장작업 진척도, 시공의 정확성 등을 확인하는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젤스윙은 이런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는 게 현장의 일거리만 늘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도입해 솔루션 자동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드론의 운영과 충전, 데이터 전송 등을 모두 자동으로 해주는 ‘드론스테이션’ 서비스도 4분기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경신고등학교, 미국 블루릿지스쿨을 졸업한 뒤 조지아공과대학에서 항공우주학을 전공했다. 2015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교환학생으로 와 창업실습론 수업을 들으면서 엔젤스윙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박 대표는 201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으로 복무하는 등 하늘과 인연이 깊었다.
엔젤스윙은 2015년 네팔 대지진 때 재해지역 피해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복구를 돕는 소셜벤처에서 시작됐다. 그 뒤 디지털전환이 더딘 건설산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엔젤스윙은 현재 삼성물산,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대우건설을 포함 도급순위 20위권 대형 건설사 70%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날 건설산업비전포럼 솔루션&플랫폼 세미나에는 이밖에도 자동화 드론과 드론스테이션 관련 기업 METARPAS, 가상현실 바탕의 건설안전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스페이스에이디, 스마트 건설안전 플랫폼 기업 심플랫폼 등이 참석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