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지분을 추가매입하기로 했지만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고 법적 문제도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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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신지급여력(RBC)비율 제도와 보험업법 개정안 등의 불확실성부터 먼저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17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8.02%를 2343억 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해 금융지주사 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증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해석한다.
우선 신지급여력비율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지급여력비율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대비해 금융감독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제도다.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책임준비금을 쌓을 때 보험계약 당시의 금리(원가) 대신 현재의 시장금리(시가)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생명은 신지급여력비율 제도의 도입에 따라 책임준비금을 최대 20조 원까지 추가로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 연 5% 이상인 고금리 확정이율상품을 많이 팔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대규모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금융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여력이 부족하다고 증권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상장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이번에 삼성증권 지분을 추가 매입해도 전체 지분율은 19.16%에 머무른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율도 14.98%에 불과하다.
삼성생명이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려면 계열사 투자한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계열사에 전체 자산의 3% 이내만 투자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계열사 투자한도는 6월 기준 5조7608억 원인데 이번에 삼성증권 지분을 매입한 것까지 감안하면 향후 계열사 지분을 최대 5380억 원 규모로 사들일 수 있다.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지분율을 각각 30% 이상으로 올리려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최근 재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오히려 삼성생명이 투자한도 문제로 계열사 지분을 대거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개정안은 보험회사에서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취득 시기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에서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가치가 19조 원 이상으로 산정돼 14조 원 이상의 지분을 7년 안에 팔아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전에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32%(보통주 기준)를 일부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7.32%의 시가가 16조 원을 넘어서는 만큼 지분 매각을 통해 자본확충과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맞물려 있어 매각을 빠르게 추진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삼성물산 등 비금융계열사들이 삼성생명에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경우 최소 4조 원 이상을 들여야 한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금융계열사 지분확대는 비금융계열사 지분의 매각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누가 얼마만큼 사들일지가 금융지주회사 전환의 관건”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