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디 올 뉴 싼타페 시승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신형 싼타페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5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왔다.
싼타페는 현대차 최초의 독자개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다. 2004년 SUV로는 처음으로 국내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싼타페는 기존 4세대 모델이 2020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뒤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며 같은해 출시된 기아 4세대 쏘렌토에 국내 SUV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현대차는 8월16일 출시한 '디 올 뉴 싼타페'의 올해 판매 목표를 2만8천 대로 잡고 있다. 이는 2022년 싼타페 연간 판매량(2만8705대)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신형 싼타페가 국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현대차의 계획대로 국내 대표 SUV에 걸맞는 판매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신형 싼타페를 직접 타봤다.
◆ 완성도 높은 디자인에 차급을 뛰어넘는 실내공간, 다양한 첨단사양도
24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디 올 뉴 싼타페 시승 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싼타페 가솔린 2.5 터보 2륜구동(2WD) 모델 최상위 트림이 제공됐다. 캘리그래피에 듀얼와이드선루프,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인 현대스마트센스,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파킹 어시스트 플러스Ⅱ, 빌트인캠2 등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4798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신형 싼타페는 기존 모델들의 부드러운 디자인 기조를 완전히 벗어나 정통 SUV 정체성을 강조한 각진 외관을 갖췄다.
현대차는 5세대 프로젝트를 시작한 4년 전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이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도심형 SUV로 단단히 자리잡은 싼타페를 정통 SUV 감성에 기반한 아웃도어 영역으로 조금 더 옮겨놓는 데 프로젝트의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현대차의 이런 의도는 신형 싼타페의 외관 곳곳에 반영됐다.
시승차량의 전면 라이트와 범퍼에 적용된 'H'자 형상은 수직과 수평의 차체 라인과 어우러졌는데 한눈에 각인되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측면부의 독특한 형태에서 차량 뒷공간 활용에 방점을 찍은 현대차의 의지가 그대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프론트 오버행(타이어 중심에서 앞 범퍼 끝까지의 거리)을 최대한 짧게 줄이고 이를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와 리어 오버행에 활용해 실내 뒷부분 공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신형 싼타페는 기존 모델보다 테일게이트(SUV 등 차량의 후면 차문) 개구부 폭을 145mm, 높이를 49mm 늘려 현대차 SUV 가운데 가장 큰 테일게이트 입구 공간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커진 테일게이트는 이를 열고 걸터앉을 때 비나 햇빛을 잘 막아줄듯 보였다.
2열과 3열 좌석을 모두 접었을 때 바닥부터 천장까지의 높이는 887mm로 키가 178cm인 기자가 앉아서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뒷공간에 중점을 뒀다지만 1열과 2열 공간도 기존 모델보다 확실히 넉넉하게 느껴졌다.
신형 싼타페의 치수는 전장 4830mm, 휠베이스 2815mm, 전폭 1,900mm, 전고 1730mm다. 기존 모델보다 전장은 45mm, 휠베이스는 50mm 길어졌고 전고는 35mm 높아졌다.
신형 싼타페에는 기존의 분리형과 달리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와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곡선으로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그 아래 6.6인치 공조 디스플레이는 모두 터치 방식을 적용했고 스마트폰 듀얼 무선충전 시스템이 현대차 최초로 탑재됐다.
미세먼지 농도를 감지해 알아서 공기청정 모드를 작동시키는 능동형 실내 공기 청정 기능과 조수석 글로브 박스 상단에 자외선 살균 소독을 할 수 있는 멀티트레이도 갖췄다.
◆ 충분한 가속성능에 안정적 주행, 가격은 부담
시승은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한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95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주차장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가속페달을 밟자 시승차량은 묵직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시승차량의 공차중량은 1890kg(20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기존 모델보다 150kg가량 무거워졌다. 처음 차를 움직일 때 그런 무게감이 없지 않았지만 가속성능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액셀을 세게 밟으니 터보엔진 특유의, 약간의 시차를 두고 육중한 차체를 확 밀고 나가는 강한 힘이 느껴졌다.
시승차량은 가솔린 2.5 터보 엔진에 8단 DCT 변속기를 물려 최고 출력 281마력(hp), 최대 토크 43.0kgf∙m의 성능을 낸다.
속도가 충분히 붙은 상태에서 가속을 할 때는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더욱 매끄럽게 치고나갔다.
시승차량의 전고는 실내공간을 고려해 루프랙(차 지붕에 짐을 싣기 위해 설치된 2개의 봉)을 제외하고도 1730mm로(포함시 1780mm) 팰리세이드(1750mm)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흔들림 없는 안정적 주행성능을 발휘했다.
현대차는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프런트 댐퍼 상단의 범프 스토퍼 길이를 최적화해 흔드림 현상을 줄였다고 한다.
이날 추적추적 비가 왔음에도 반자율주행 관련 기능은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차량에 탑재된 고속도로주행보조2(HDA2) 기능을 활용하면 차로 중앙과 앞차와 간격을 스스로 유지하며 설정한 속도로 주행한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선도 알아서 바꾸는데 이 기능은 기존에 적용됐던 현대차 모델에서보다 더 섬세하고 민첩해진듯 했다.
특히 신형 싼타페는 운전자 손의 전류를 감지하는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HoD) 기능이 추가된 것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HDA2 기능을 쓸 때 12초가량 손을 떼면 경고가 작동하는데 기존 토크 센서는 직선구간에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어도 경고가 울려 성가신 때가 많았다. HoD기능은 경고 오작동이 없어 HDA2 기능의 활용성을 크게 높여줬다.
신형 싼타페 가솔린 2.5 터보 모델의 판매가격은 트림별로 △익스클루시브 3546만 원 △프레스티지 3794만 원 △캘리그래피 4373만 원으로 기존 모델보다 각각 269만 원, 290만 원, 336만 원이 올랐다.
부담이 없지 않은 가격이다.
캘리그래피 최상위 모델인 시승차량에 4륜구동 옵션을 추가하면 5천만 원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입고 차체를 키워 돌아온 신형 싼타페는 가족들과 편안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또 많은 짐을 싣고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시간가량 이어진 약 95km의 시승 코스에서 시승차량의 연비는 갈때 리터당 11.2km, 올때 리터당 10.0km를 보였다. 시승차량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0.0km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