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AP(모바일프로세서)의 인텔 위탁생산을 통해 AP사업에 진출하기로 한 사실이 17일 알려지면서 LG그룹이 반도체사업에서 겪은 좌절을 AP사업 진출과 자동차용 반도체로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그룹은 1989년 럭키금성 당시 반도체사업을 전략투자사업으로 선정하고 여러 계열사에서 진행하던 반도체 관련사업을 통합해 시스템반도체 중심기업인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했다. 이후 1995년 LG반도체로 회사이름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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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 회장. |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주도한 반도체사업 구조조정으로 LG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에 주력하던 현대전자에 흡수합병된 뒤 하이닉스로 재탄생했다. SK그룹이 이를 인수해 지금의 SK하이닉스로 키워냈다.
LG반도체의 시스템반도체사업은 하이닉스가 2004년 비메모리반도체 사업부문을 분사하며 현재의 디스플레이반도체 전문기업 매그나칩반도체가 돼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한때 한국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혔지만 현재와 같이 기업규모가 크게 차이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LG그룹의 반도체사업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부품사업과 스마트폰 등 완제품사업을 수직계열화한 효과로 급성장을 이뤄냈지만 LG전자는 외부업체에 반도체를 의존하며 사업확대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주사 LG의 비상장자회사 실리콘웍스가 올레드 디스플레이용 반도체와 자동차 관련 반도체를 앞세워 LG그룹 반도체사업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웍스는 LG반도체가 현대전자로 넘어갈 당시 7명의 직원들이 차린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2008년부터 국내에서 시스템반도체 설계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LG는 2014년 실리콘웍스의 지분 33%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 뒤 LG그룹의 반도체 관련 계열사와 사업부문을 실리콘웍스에 통합해 일원화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자동차용 센서와 터치패널 등 전장부품 관련 기술도 확보해 향후 전장부품시장 확대에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가 자체 AP인 뉴클런 시리즈의 시장입지를 확보하는 데도 성공한다면 실리콘웍스와 더불어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다시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지 모틀리풀은 “인텔이 LG전자의 뉴클런 설계에 지난해부터 기술적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며 “예상보다 높은 성능의 AP를 출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관측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