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8-17 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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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총선을 향한 배에 탑승할 인원을 가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 공천 실무 작업을 총괄한다.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사들에게 경고 발언을 하며 총선 체제를 갖추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가운데)이 8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철규 사무총장이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했다는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한다”는 발언의 파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철규 사무총장이 친윤(친윤석열)의 핵심그룹으로 분류되는 만큼 ‘친윤 감별사’를 자처하며 의원들의 발언 통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징계받은 사람은 당연히 공천이 안 되거나 크게 불이익을 받거나 할 것”이라며 “말조심하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한남동 관저에 초대한 4명의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3명은 권성동 의원, 장제원 의원, 윤한홍 의원이었다.
당시 이들의 한남동 관저 방문은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등 당 지도부보다 먼저 이들을 초대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중심축을 비대위보다 ‘친윤’에 놓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남동 관저에 초대된 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이른바 ‘윤핵관’ 가운데 현재 당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은 이철규 사무총장뿐이다.
윤핵관의 투톱으로 꼽히던 권 의원과 장 의원은 전면에서 물러났다. 장 의원은 상임위원장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긴 했으나 공식적으론 당무에서 손을 뗀 상태다.
이 사무총장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불러일으킨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 사건 때 대통령실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태 의원) 본인이 있지도 않은 말을 함으로써 결국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며 대통령실 공천개입 의혹을 ‘없던 일’로 일축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수도권 위기설 등을 제기하며 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왔다.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6월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도권 위기설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집권당으로서 제 역할을 해 왔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집권당의 현주소는 당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또한 1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지난번보다 지금 수도권 선거 분위기가 안 좋은데 당 지도부에 수도권에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아무도 체감 못하고 계속 시간 때우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철규 사무총장은 의총에서 “민주주의 정당에서 모두가 한 방향만 보면 역동성이 떨어진다”면서도 “최근 당을 조롱·비하하거나 동료의원을 폄훼하는 발언의 수위가 넘고 있다”고 이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사무총장의 발언이 2023년 새만금 스카우트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의원은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렸다고 해서 서울이 책임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정부의 최고위 관계자가 정말 사과하고 유감의 뜻을 표하는 게 국제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무총장은 ‘특정 인사를 향한 발언이 아니냐’는 의혹에 즉각 반박했다.
그는 16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부친인 윤기중 명예교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며 “언행을 조심하자 이런 것을 함축한 의미가 담겼다”고 해명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당무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총선 공천을 지휘하는 사무총장이 ‘승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부적절하다는 말이 나온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철규 사무총장의 발언을 놓고 “‘공천 안 주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것 말고는 없는 수준의 직접적인 표현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이날 같은 방송에서 이 사무총장을 향해 “명확하게 무슨 발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총선과 관련해 핵심적 실무를 맡는다.
당무감사위원회 위원장은 당무감사 실행에 앞서 사무총장과 협의해 감사반을 구성해야 한다. 지역구 선거를 지휘하는 조직위원장 공모를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선 사무총장이 위원장직을 수행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무총장은 국민공천배심원단의 구체적인 공모 및 선정 방법을 제안할 수도 있다.
사무총장의 권한이 큰 만큼 이 사무총장의 ‘친율 감별’ 수위가 지나치게 되면 당내 반발도 커질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은 6월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친박 감별사, 이런 일이 중심에 뜨게 되면 확실하게 선거에서 패배한다”며 “친윤, 윤심 이런 말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선거에 이길 것인지가 핵심에 나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