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온 초전도체의 진위 여부를 놓고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공중을 떠다니는 한강 세빛섬 합성사진 등이 밈(Meme)으로 퍼지면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한국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 가능성이 연일 화제다.
상온 초전도체라는 LK-99의 진위 여부를 놓고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공중을 떠다니는 한강 세빛섬 합성사진 등이 밈(Meme)으로 퍼지면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초전도체가 개발되면 정말 ‘공중부양’ 도시를 볼 수 있게 되는 걸까? 초전도체는 도시를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
16일 과학계 등에 따르면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없어지는 물질로 자기부상열차, 양자컴퓨터, 핵융합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에 가까운 발전을 불러올 수 있다.
건축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친환경’이다.
초전도체가 개발되면 도시의 에너지 인프라를 100% 친환경으로 바꾸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학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서 “사우디 네옴시티,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프로젝트 등이 태양광발전으로 완벽한 탄소제로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초전도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그리드-기후위기 시대, 제2의 전기인프라 혁명이 온다’는 책을 언급했다.
그리드는 기후위기로 재생에너지 사용이 생존의 문제가 됐으나 21세기의 전기 공급시스템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전력망(그리드)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전력 생산과 수요의 불균형 문제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보급, 활용하는 데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전기는 빛의 속도로 흐르기 때문에 생산했을 때 바로 사용해야 하는데 태양광과 풍력은 생산시간을 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해 전기를 비축하고 전력량을 조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초전도체가 개발되면 이론적으로 지구 한 쪽에서 낮에 생산한 태양광 전기를 손실 없이 지구 반대편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건축산업은 전통적으로 탄소배출이 많은 일명 굴뚝산업이다. 서울시 자료를 봐도 서울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는 건물부문에서 배출된다.
또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많은 인구가 몰려 사는 도시와 건물들의 에너지 전환 문제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건축업계에서 태양열이나 지열 등을 비축해 두고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빌딩, 탄소배출량을 줄인 친환경 도시 구축 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앞서 언급된 사우디 네옴시티,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시티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신수도 누산타라 프로젝트 등 각국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도시들만 봐도 하나같이 친환경 에너지 자급자족 도시를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사우디 네옴시티는 사막 위에 거대한 스크린이 서 있는 것 같은 도시 외벽 설계가 유명하다.
▲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핵심인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조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5천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입해 건설하고 있다. <네옴 공식 홈페이지>
네옴시티 도시 외벽을 미러(거울) 라인으로 설계한 것은 사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네옴시티의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은 100%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도시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22년 7월 더 라인의 조감도를 공개한 자리에서 네옴시티의 구상이 비현실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두고 “더 라인은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다”며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데 왜 일반 도시를 복사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태양광을 100% 사용하는 더 라인의 현실화를 두고는 회의적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마스다르도 세계 최대 규모 태양열 발전소 솔라타워를 통한 탄소제로 도시로 구상됐지만 2006년에 시작한 프로젝트를 아직도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상온 초전도체 개발 주장이 나온 뒤 한국 그룹 총수들과 빈 살만 왕세자의 면담 사진에 ‘빈 살만이 배우러 온다’는 가상대화를 붙인 합성사진 밈이 나온 이유다.
앞서 7월 말 국내 연구진이 설립한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논문과 영상을 잇따라 공개해 주목받았다. 이후 국내외에서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관련주가 급등락하는 등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