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엔저(엔화 가치 약세)’ 현상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철강업체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 저가 철강재에 이어 엔저 현상에 값이 낮아진 일본산 철강재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주요 전방산업인 건설업의 하반기 경기도 후퇴할 것으로 예상돼 철강업체들은 하반기 판매에서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 일본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국내 철강업체들이 전방 건설산업 부진과 함께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제 2열연공장. <포스코>
14일 철강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들어 국내에 중국산 철강재에 이어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입된 일본산 철강재는 모두 347만1천 톤으로 집계됐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6%, 2021년과 비교하면 37.5% 증가했다.
특히 다른 철강재의 소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열연강판은 올해 들어 7월까지 일본산 수입량이 1년 전보다 43.9% 늘어난 142만7천 톤에 이른다.
중국산 철강재 역시 올해 들어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에 통관된 중국 철강재는 모두 525만 톤으로 1년 전보다 약 29.5% 증가했다.
기존 중국산 철강재는 낮은 가격을 앞세워 국내 철강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해왔지만 올해는 일본산까지 이런 기류에 합세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7월 평균 일본산 열연강판은 톤당 593달러(약 76만 원)로 같은 기간 포스코의 열연강판 유통가격인 톤당 85만 원을 크게 밑돌았다.
철근도 일본산 철근은 7월 톤당 575달러(약 74만 원)로 국내에서 생산된 철근의 유통가격인 톤당 88만 원보다 10만 원 이상 싸다. 엔저 효과로 국내 유입되는 일본산 철강재의 가격이 크게 떨어진 셈이다.
엔화환율은 올해 6월 8년 만에 100엔당 800원대까지 하락한 이후 최근에도 900원 초반에 머물러 있다. 100엔당 800원대로 진입한 것은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하반기에도 엔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국내 철강업체들로서는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YCC(10년물 국고채 금리 변동 상한 설정해 시장 금리를 억제하는 정책) 조정에 대한 기대로 일시적 강세를 보였지만 정책 결정 이후 강세폭을 대부분 되돌렸다”며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엔저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한국철강이 생산하고 있는 철근재 모습. <한국철강 홈페이지>
더구나 철강의 주요 전방산업인 건설 경기는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건설투자는 1년 전보다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 규모가 1년 전보다 0.7% 증가한 것과 비교해 2.1%포인트 후퇴하는 것이다. 올해 연간 건설투자도 2022년과 비교해 0.4% 축소될 것으로 관측됐다.
철강업체들로서는 하반기 판매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특히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7월부터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데 국내에 일본산 철강재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 가격 인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철강업체로서는 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이 부진하면서 수요가 축소되고 있는 만큼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이중고를 겪을 여지가 다분하다.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철강사업의 주요 변수로 환율을 꼽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7월2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환율도 철강업황 주요 요소로 고려하고 있는데 특히 엔화가 중요하다”며 “2분기도 엔저 현상으로 일본산 철강재의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포스코가 고객 관리 등 내수시장 총력방어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다만 일본 철강재가 일부 대형사 위주로 수입되고 있어 해당 고객사들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시장에서는 엔저 현상이 철강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엔화 약세 등에 따른 일본산 철강재의 국내 시장 진입 확대는 한국 철강재의 국내 입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산 철강재의 수입증가는 한국 철강 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