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8-14 13: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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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농심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데 이바지했다."
농심홀딩스 이사회가 3월 박준 전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을 농심홀딩스의 사내이사 후보자로 추천하며 한 말이다.
▲ 박준 농심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농심 대표이사를 맡을 때 해외사업 확대를 중요 과제로 삼았다. 현재 농심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 박 부회장의 노력이 있는 셈이다.
농심이 뚜렷한 실적 오름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박준 부회장이 ‘11년 장수 CEO’로 재직하며 뿌려놨던 해외사업의 씨앗을 빼놓을 수 없다.
14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농심이 상반기에 거둔 호실적 흐름을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이 3연속 농프라이즈(농심이 깜짝 실적을 냈다는 뜻)를 냈다”며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와 북미 중심의 실적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해외 비중 확대에 따라 중장기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바라봤다.
증권사들이 농심의 실적 눈높이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기대감이 그만큼 높다는 척도이기도 하다.
상장업체 분석기관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농심이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3980억 원, 영업이익 1499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적 전망치를 매출 3조5017억 원, 영업이익 1979억 원까지 높였다. 농심이 올해 연간 영업이익으로 2220억 원을 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농심이 이런 호평을 받는 결정적 이유는 미국사업 때문이다.
농심 미국법인은 상반기에 매출 3162억 원, 영업이익 337억 원을 냈다. 2022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25.2%, 영업이익은 536.0%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미국법인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그 비중이 28%까지 증가했다.
2022년 4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미국 제2공장이 농심 미국법인의 실적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상반기 기준으로 농심 미국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69.3%로 파악되는데 현지 유통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완전 가동 상태나 다름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농심이 이렇게 미국에서 잘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박준 농심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의 역할을 빼놓기 힘들다.
박준 부회장은 농심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1981년 농심에 입사해 2012년 1월 대표이사에 올랐고 올해 3월까지 11년 동안이나 대표이사를 맡았다.
올해 2월 박 부회장이 농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사실이 집중 부각됐을 정도다.
박 부회장은 농심에서 여러 역량으로 두루 인정받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해외사업과 관련한 솜씨를 가장 많이 인정받았다.
농심에 입사한지 3년 만에 미국지사장으로 발령났고 이 때 실력을 인정받은 뒤 국제부장과 해외사업부장, 국제영업본부장 거쳤다. 2005년 국제담당 사장에 올랐고 2008년에는 농심홀딩스 USA 사장 겸 농심아메리카 사장을 맡았으며 2010년에는 농심 국제사업총괄 사장까지 맡았다.
박 부회장은 2012년 농심 대표이사에 오른 뒤에도 해외사업을 놓치지 않았다.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외사업만이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박 부회장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그는 미국 등 해외시장 공략을 주요 과제로 삼고 농심의 대표 상품인 라면 수출을 중점 사업으로 꼽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박 부회장이 농심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미국 내 월마트 모든 지점에서 신라면이 판매된 것도 그가 기울인 노력의 결과다.
농심의 실적은 박 부회장의 노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박 부회장이 농심의 방향타를 잡았던 2012년만 해도 농심이 미국지역에서 낸 매출은 약 1750억 원(1억3140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4892억 원을 냈다. 10년 만에 매출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밖에도 농심은 주요 진출 국가인 중국과 일본, 호주, 베트남 등에서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살펴볼 때 농심이 상반기 ‘깜짝 실적’을 낸 데 이어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받을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린 사람은 사실상 박 부회장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라면은 국내에서만 먹히는 상품'이라는 기존 상식을 깨뜨리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상품으로 만들어 농심의 새 먹거리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박 부회장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농심은 현재 미국 제2공장 안에 4호라인을 증설해 현지 수요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완공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미국 수요가 견조하다면 올해 안에 미국 제3공장 건설과 관련한 발표도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박 부회장은 올해 3월 농심의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농심홀딩스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농심은 이후 생산전문가로 꼽히는 이병학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농심홀딩스는 당시 박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 주주총회 소집공고에서 “박준 사내이사 후보자는 농심의 세계화를 촉진하는데 이바지했다”며 “박 후보자의 글로벌 경험과 경영능력이 농심홀딩스 이사회 운영 및 효과적인 의사결정 체계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