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업체 바른전자가 해외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에 상반기에 역대 최고매출을 올렸다.
바른전자는 반도체업황의 악화에도 기술력으로 전 세계 대형반도체업체들 사이에서 약진하고 있다.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키워왔는데 바른전자가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사물인터넷(IoT)사업도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바른전자,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
바른전자는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140억 원을 올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16일 밝혔다.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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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
바른전자는 지난해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올해 상반기 최대 매출과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 매출의 80%에 해당하는 901억 원을 해외매출을 통해 올렸다. 해외매출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 늘었다.
바른전자는 상반기에 영업이익 15억, 순이익 8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은 13% 줄었지만 순이익은 18% 늘었다.
바른전자 관계자는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도 기존 국내외 안정적인 거래처를 유지한 가운데 동남아, 일본 등으로 신규시장을 개척하며 고객다변화를 이뤄냈다”며 “고용량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공급확대도 매출확대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바른전자는 토종 메모리반도체 전문업체로 1998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기술인력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바른전자는 SIP(System In a Package)사업을 통해 낸드플래시 기반의 메모리카드, 내장형 플래시메모리인 eMMC(embedded Multi Media Card),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유심카드 등을 주로 생산한다.
SIP는 반도체를 포장하는 패키징사업으로 쉽게 말해 생산된 반도체를 제품에 직접 탑재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바른전자는 대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데서 벗어나 각종 메모리카드, eMMC 등을 직접 개발하며 반도체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메모리카드시장에서 골드플래시(GoldFlash)라는 자체브랜드를 통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바른전자는 최근 국내 처음으로 ‘Type-C 적용 256기가 USB3.0’을 개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른전자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메모리카드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며 “바른전자는 그동안 기술투자 등을 통해 제품 수율을 크게 끌어올려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 김태섭, 사물인터넷사업도 성공할까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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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전자가 2016년 7월 출시한 사물인터넷용 장거리통신기술 로라(LoRa)모듈. |
김 회장은 1964년생으로 한양대학교에서 경영정보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 회장이 처음 시작한 사업은 인력파견업이었다. 김 회장은 1988년 인력파견업체인 ‘코스모휴먼닷컴’을 설립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김 회장은 인력파견업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김 회장은 코스모휴먼닷컴을 IT분야 인력파견전문업체로 특화한 뒤 인터넷전화시장, 중국 등 해외시장 등으로 진출하며 사업범위를 넓혔다.
2003년 해외통신사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케이디씨정보통신(현 바른테크놀로지)을 인수해 3D장비시장으로 진출한 뒤 2010년 메모리반도체업체인 바른전자를 인수해 지금에 이르렀다.
김 회장은 바른전자에서 2012년 28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나 2012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전 세계 대형반도체업체들 사이에서 앞선 기술력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여 바른전자를 꾸준히 키웠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반도체업체들이 성장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도 내일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반도체시장은 업황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바른전자 역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김 회장은 2014년 바른전자의 성장동력으로 사물인터넷사업을 점찍었다. 김 회장은 2015년부터 한국사물인터넷협회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바른전자는 현재 와이파이, 블루투스,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사물인터넷에 사용되는 센서모듈, 근거리통신모듈, 기타 솔루션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사물인터넷사업에서 매출 27억 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전체 매출의 2.3%에 불과하다.
김 회장이 사물인터넷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바른전자는 2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으로 122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자산의 9% 수준이다. 김 회장이 바른전자를 인수할 당시 케이디씨정보통신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전체자산의 14%에 이르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바른전자의 사물인터넷사업을 위해 중소형업체를 인수합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바른전자의 자체 기술력”이라며 “바른전자가 기술연구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만큼 사물인터넷사업의 성과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전자는 자체적으로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전체 매출액의 1.5~2% 가량을 연구개발비용으로 투자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